수사 의지 안보여 논란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12일 500억원대 삼성 채권 수사와 관련해 잠적 중인 최아무개씨의 소재를 파악해 조사한 뒤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에 대한 수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전직 직원인 김아무개씨를 조사했지만 아직 미흡한 상태”라며 “최씨를 조사한 뒤에 정식으로 수사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최씨가 소규모 자산운용회사를 운영하며 세금을 내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씨의 잠적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는 5월20일 입국하면서 입국기록에 자신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거짓으로 기재했다. 검찰의 수사를 따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씨의 자택에 2차례 수사관을 보내고 경찰에도 소재파악을 요청했지만 아직 행방을 찾지 못했다.
삼성 채권 사건의 참고인에 불과한 그가 1년 만에 돌아와 가족도 만나지 않고 잠적한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그가 세금을 포탈한 정황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입국 즉시 잠적’의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의 출입국 배경도 의문거리다. 그는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팀이 증권예탁원 등을 압수수색하며 삼성 채권 수사를 본격화하기 이틀 전인 1월14일 출국했다. 귀국 시점도 불법 대선자금 제공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사법처리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특별사면된 직후다. 그와 삼성그룹 사이의 교감설도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전직 직원인 최씨의 출입국 사실은 회사로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최씨는 이미 2000년 10월에 퇴직한 사람이지만, 채권운용에 능력이 있어 단순히 채권매입을 부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2000~2002년까지 최씨가 삼성의 돈으로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전직인지 현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500억원대 채권의 사용처를 함구했기 때문에, 채권 매입자인 최씨를 조사해봐야 그나마 채권의 흐름이나 사용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요성 등으로 볼 때 최씨의 소재파악을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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