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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근혜 공약 이제와 “원래 그게 아니라…” 뒤집기

등록 2013-02-07 21:16수정 2013-02-07 22:23

노년유니온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노인·복지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복지공약 성실이행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참석한 한 노인이 얼어붙은 콧등을 훔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노년유니온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노인·복지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복지공약 성실이행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참석한 한 노인이 얼어붙은 콧등을 훔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대 중증질환·기초노령연금 등
공약 말바꾸기 논란 휩싸여
대선땐 ‘상식적 이해’ 득보더니
당선뒤 ‘그런 공약 아니었다’ 반박
“솔직히 양해 구해야” 지적 일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박근혜 당선인이 2008년 총선 때 친박계의 ‘공천 학살’을 겪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날린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박 당선인이 이 말을 자주 듣는 것 같다. ‘공약 말바꾸기’ 논란 탓이다.

대표적인 게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이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간병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공약을 수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6일 보도자료를 내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약을 바꾼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세 항목은 보장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공약집엔 “현재 75% 수준인 4대 증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을 단계적으로(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 확대”라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박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장률 75%는 이미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를 포함하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100%로 확대한다고 할 땐) 내용적으로 그게 들어가 있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도 말 뒤집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박 당선인은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인수위는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 등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안을 만들고 있다.

가계부채 탕감, 하우스푸어 대책, 행복주택, 군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도 실제 정책으로 제시되면 유권자의 ‘뒤통수를 쳤다’고 반발을 불러올 소지를 안고 있다.

이렇게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의 모양을 갖추기도 전에 말바꾸기 논란을 부르는 것은 애초에 공약 자체가 한 문장 정도의 선언 형태로 지나치게 단순하고 두루뭉술하게 제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은 ‘비급여 부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상식’ 선에서 현재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모든 항목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언론보도 등에서도 이를 전제로 한 기사가 쏟아졌다.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가, 당선 뒤 이제 와서 “그건 아니고…”라 하니 공약을 뒤집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도 소득수준, 국민연금 가입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미가입자의 형평성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있고, 수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공약을 짜야 하는데, “65살 이상 모두에게 20만원”이라는 식으로 듣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만 공약을 내놓고, 또 이를 박 당선인의 입을 통해 무한반복했으니, ‘거짓말’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유권자들도 박 당선인이 공약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지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류를 인정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내용은 공약이 아니었다’고 하는 건 사기”라고 지적했다.

여론 악화를 우려해 ‘지금 당장 증세는 않는다’는 기조를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보니 공약의 재원을 과소 추계했고, 이 때문에 좌우 양쪽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듣는 등 스스로 발목을 잡은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에선 공약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거나, 선거를 의식해 제시한 공약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라며 이런 주장에 쐐기를 박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 핵심 인사는 “결국은 박 당선인도 공약을 정리해야 할 텐데, 자신의 브랜드인 ‘원칙과 신뢰’ 이미지를 스스로 깰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당의 문제제기는 박 당선인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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