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 명단 공개에 대한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오른쪽 둘째)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조준호 공동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노 통화’ 진실공방
“안철수 교수가 노회찬 대표에게 오전에 전화를 걸어 예의를 갖췄다. 노원병 출마 얘기를 하지 않으려면 노회찬 대표에게 전화를 왜 했겠나.”(송호창)
“안보와 덕담 수준의 얘기가 있었고 노원병 출마나 양해는 전혀 언급된 바 없다. 기자회견을 잡아놓고 한 시간 반 전에 간단한 통화를 한 뒤에, 마치 양해를 구한 것처럼 각본을 짜 맞추듯이 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다. 구태정치다.”(노회찬)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게 노원병 출마에 대해 사전 양해를 구했다는 송호창 의원의 발언 내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4일 아침 라디오 방송 세 곳에 출연해 전날 송호창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째, 안철수 전 교수나 노회찬 공동대표 둘 중의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둘째, 안철수-노회찬, 또는 안철수-송호창 사이에 의사소통이 터무니없이 잘못됐을 가능성이다. 당사자들의 인격으로 미루어 첫번째보다는 두번째 가능성이 좀더 높아 보인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세 사람 모두 정치인인데 그 정도 간단한 의사소통도 제대로 못한다면 큰 문제다. 앞으로 야권후보 단일화 전망도 어둡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었을 수 있다. 어쨌든 파장은 간단치 않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방송에서 “가난한 집 가장이 밖에 나가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집안에 있는 식구들 음식을 나눠먹느냐”거나, “동네 빵집으로 어렵게 이룬 상권에 대기업 브랜드가 들어오는 그런 상황”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사용해 안철수 전 교수를 강하게 성토했다.
안철수 전 교수 쪽 관계자들은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안철수 교수가 노회찬 대표와 통화한 것은 사전 정지작업이 다 돼 있었고 그래서 직접 통화를 한 것이다. 노회찬 대표가 뭔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안철수 전 교수가 귀국하는 10일께 진실이 가려질 수 있을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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