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한달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박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발행을 알리는 서울 광화문우체국의 광고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 대통령 취임 한달 커지는 ‘독선 걱정’
새누리당 ‘하청기구’ 전락
정부조직법 52일만에 통과
각종 회의에서 ‘깨알 지시’
책임장관제 ‘실종’ 걱정불러
직접 대국민 접촉도
엄포성 ‘담화’ 하나뿐… 44%. 25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의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이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이 취임 한달째 받아들었던 성적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일단 ‘옐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봐야 하는 결과다. 정치권 안팎에선 ‘나홀로 리더십’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태도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독선은 인사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박근혜계 인사들은 “박 대통령은 조자룡만 곁에 둔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삼국지>를 탐독했다는 박 대통령은, 등장인물 가운데 조자룡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조자룡은 유비가 조조에게 쫓기며 위험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그의 아들을 지켰고, 자기 사람을 만들지 않는 등 유비에게 사심 없이 헌신했다. 딱히 높은 지위나 권세를 탐하지도 않았다. 즉, ‘주군’에게 군말 없이 헌신하느냐 마느냐가 박근혜식 인선의 첫째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는 ‘인사 참사’로 나타났다. 차관급 이상 고위직 후보자·내정자가 연거푸 6명이나 물러났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하지만 인사를 어떤 ‘시스템’으로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박 대통령이 수첩에 적어둔 인물평을 근거로 인선한 뒤, 발표가 임박해 당사자에게 통보한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새누리당에서조차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않고 있다. 22일 ‘비리 백화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포기하고, 김관진 장관 유임을 발표할 땐 김행 대변인을 통해 “청문회로 시간을 지체하기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급한 상황”이라며, 되레 청문회와 야당을 탓하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를 무시하고 혐오하면서 일방주의적인 국정운영 태도도 보였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지난 4일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접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대화와 타협에 눈감은 채 ‘원안 고수’를 ‘지시’하는 박 대통령 때문에, 여야 협상은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두 차례나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하청 기구’로 전락한 채 정치적 존재감을 잃었고, 야당은 대통령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거듭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52일 만인 지난 22일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상처투성이 결과였다. 대선 공약이었던 책임장관제는 상당 부분 유명무실해졌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 장차관 워크숍 등에서 참석자들의 말을 경청하기보단 그들이 해야 할 일을 깨알같이 지시했다.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기초연금 도입 등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었다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며 후퇴한 복지 정책 등을 놓고 “(그런) 지적이 나오는 일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홍보를 탓했다. 사안의 비중과 상관없이 “엄단해야 한다”며 너무 세세하게 지시하는 그의 리더십에 각 부처 장관과 공직자의 자율성은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도 인색했다. 취임식 이후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선 것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종주먹을 쥐었던 ‘대국민 담화’, 한 차례뿐이었다. 친박계 안에선 박 대통령이 단기간에 국민 지지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정운영 스타일을 변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져도 눈도 깜짝 안 한다. 박 대통령은 그런 부분에 문제의식이 별로 없다. 낙마한 김병관 국방장관도 끝까지 임명하려 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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