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민주당 의원 15명, 자격심사의 자격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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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 따지면 곤혹스러워…
새누리당에 밀렸고
불가피한 측면 있어…
그냥 총대 멘 건데…
개인 양심 문제로 물으면
답하고 싶지도 않아” 검찰 수사 결과 알았나
<한겨레> 인터뷰 시점까지도
수사결과와 그 의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의원들 많아
“검찰이 입장 정리하라”는
엉뚱한 답변을 한 의원도 ■ 발의는 정당했나 ‘내키지 않았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자격심사안 발의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원내부대표단이었던 우리 15명은 총대를 멘 것이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 발의에 참여한 민주당 소속 의원 15명은 자격심사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 대체로 이렇게 입을 모았다. 두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가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두 당이 ‘원래 하기로 했던 것’이었고, ‘민주당도 약속했던 것’이었므로 민주당을 대표해 발의안에 서명했다는 설명이다. 법조인 출신의 김관영 의원은 지난 27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고 어쨌든 그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발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좌현 의원은 “정당성을 따지면 곤혹스러운데,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정부조직법 협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세게 나오고 이걸 매듭짓지 않으면 전체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새누리당 쪽에서 강력히 요구해서 밀렸던 감이 없지 않다”고, 이윤석 의원은 “그 사람들(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부대표로서 당론에 따른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모든 당론은 옳고, 그렇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것일까. 부당한 당론이라면 맞서야 하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해 유기홍 의원은 “때로 당론이 부당할 수 있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사람들을 강제해왔던 면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당의 입장에 따른 걸 자꾸 이렇게 개인들의 양심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별로 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당론보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문제제기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맞다. 만약 이번 자격심사안이 종북에 대한 검증이었다면 우리도 끝까지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으니, 오히려 (부정선거 시비를) 털고 갈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통합진보당이 아쉽다. 새누리당은 계속 우리를 향해 ‘왜 종북을 감싸느냐’고 압박하는데 자격심사안 발의 합의했을 때 통합진보당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강력 대응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느냐.” 자격심사가 통합진보당을 위해 오히려 필요했다는 주장이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경선부정 의혹 때문이라면 자격심사는 부당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건 맞는 이야기”라면서도 자격심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유는 역시 ‘통합진보당을 위해서’였다. “(두 의원의) 자격을 박탈할 만한 확정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자격심사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의 인식이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건이 국민적 지탄을 받지 않았나. 그 일 때문에 분당 사태까지 빚어져 국민들에게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악의 화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의 법률적 판단은 있었지만 국민적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 자꾸 묻어놓으려고만 하지 말고 아예 까놓고 따져보면, 그게 통합진보당도 누명을 벗는 길 아니겠는가.” 서영교·우원식 의원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새누리당 등이 지난 22일 함께 제출한 자격심사안의 ‘주문’과 충돌한다. 자격심사안은 그 들머리에서 이렇게 못박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4조 2항 및 국회법 제138조(자격심사의 청구)에 의거하여, 국회의원 이석기·김재연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자격심사가 통합진보당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것이라는 민주당 쪽 주장과 달리 심사안은 두 통합진보당 의원의 ‘자격 박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은 자격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견해도 있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 및 자격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국회의원 되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고 그것이 국회의원 당선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건 자격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출신 이언주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두 당이 이미 지난해 6월 19대 국회 개원에 합의하며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과 관련한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 처리를 약속했다는 사실을 들어 자격심사안 발의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지난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엄청난 부정이 저질러졌고, 이에 따라 두 당이 자격심사안 발의를 함께 약속했다. 당시 이런 사실을 언론과 국민도 모르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그때 합의한 사항을 이행한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건 궤변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격심사 발의는 지난해 원 구성 당시 이미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곧바로 본회의 처리를 요구한 새누리당에 맞서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먼저 다루기로 하는 등 심사 강도를 많이 낮춰 여기까지 왔다. 저쪽(새누리당)에서는 그렇게라도 합의를 지키라고 하는데, 계속 묵살하기에는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인 우원식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과의 정부조직법 협상을 담당했다. 자격심사안 발의 합의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 할 박 원내대표는 자격심사 논란과 관련해 “이미 이뤄진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여야가 이 문제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오히려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정호준 의원은 자격심사 발의의 정당성을 묻자 “내가 정당하지 않은 것을 발의했다는 건가. 그런 질문은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석기(오른쪽 두번째)·김재연(오른쪽 세번째) 통합진보당 의원이 자신들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다루기로 합의한 이한구 새누리당,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고소하기 위해 18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김태흠(오른쪽)·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 청구안을 접수시키고 있다. 청구안은 새누리당 의원 15명과 민주통합당 의원 15명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이 의도하는
사상검증엔 대다수가 반대
경선부정이 초점이라면서
종북논쟁은 차단하라는 입장
‘매카시즘’ 빗대 비판도 국회 본회의 처리되나
국회 윤리특별위 거친 뒤
본회의 상정돼 2/3 찬성하면
두 사람은 의원직 잃게 돼
“통과되지 않을 것”의견에
일부는 “심사 지켜본 뒤 판단” 새누리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를 계기로 종북 논란 등 사상 검증 의도를 보이는 데 대해 자격심사안 발의에 참여한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의 뜻을 보였다. 서영교 의원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태흠 의원이 통합진보당의 “종북적 행태”를 거론할 때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의원 발언을 “매카시즘”에 빗대 비판한 바 있다. 서 의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도 “종북몰이에 합의한 것이 아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대북관 및 안보관 검증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와 관련해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자격심사안은 비례대표 경선부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른바 종북의 ‘종’자도 나오지 않았고, 좌파의 ‘좌’자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번 자격심사 절차에서 종북 논쟁, 더 나아가 사상 검증을 할 추호의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의 ‘사상 검증’ 반발과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를 동시에 차단하고자 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새누리당은 적어놓기는 비례대표 부정경선이라고 해놓고 실제로 종북논쟁 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새누리당 의도가 그렇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거기에 휩쓸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단히 강하게 못박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서 통합진보당에서 자꾸 ‘매카시즘’ ‘사상 검증’ 이러고 (새누리당에) 박자를 맞춰주니 논란이 커지는 거다.” 우원식 의원은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가 사상 검증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민주당의 몫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새누리당은 지지층을 향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지만 자격심사에서도 그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가 나서서 논쟁이 그쪽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격심사안 처리와 관련해 종북 논란이 불거진다면 앞장서서 막겠다는 민주당의 다짐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참고로 이번 자격심사안 발의와 관련해 한겨레와 인터뷰한 의원들은 이런 말을 했다. “지난해 이미 여야간 합의를 해놓은 자격심사안 발의를 계속 미루면 새누리당은 ‘너희들이 종북주의자를 감싸는 거냐’고 압박해 왔다. 우리로서는 계속 그런 딜레마가 있었다.”(서영교 의원) “새누리당은 자격심사 안 받아주면 ‘약속했으니 지켜라’ ‘(민주당이) 종북 세력 비호한다’고 언론에 떠들어댔다. 민주당만 그것 때문에 계속 상처를 받아온 것 아닌가.”(우원식 의원) 한편 이상직 의원은 자격심사안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사상 검증 공세에 대해 “이번 자격심사에 (종북 논란은) 안 들어가 있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언주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도 안보관 등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은 그들의 국회의원 자격에 의문을 품을 수는 있지만, 그런 부분은 다음 총선 때 국민들이 표로 심판해야지 우리가 직접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 처리전망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은 앞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친 뒤, 여기서 통과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전체 299명 국회의원 가운데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하면 두 사람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강하게 요구해온 새누리당 전체 의원 152명이 ‘가결’(자격 박탈)을 선택한다 해도 약 50명이 더 넘어와야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자격심사안 발의 직후 통합진보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발의안에 서명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청구가 처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격심사 논란과 관련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해서 처리하겠다는 걸 자꾸 이러면 오히려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히려 논란을 소개하는 언론에 대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자꾸 크게 만들고 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자격심사안 발의에 참여한 다른 의원들도 심사안이 본회의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유기홍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심사안이 윤리위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장용 의원은 “예를 들어 그분들이 무혐의를 확실히 입증할 수만 있다면 본회의에 상정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의원은 자격심사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해도 “찬성표를 던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전개될 자격심사 과정을 보며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상직 의원은 “자격심사 보고서가 올라오면 이를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석 의원도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자격 박탈 쪽에 찬성표를 던지겠냐”는 질문에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설명을 들어보고 당론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부좌현, 이언주 의원은 자격심사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비례대표 당선과 부정경선의 인과관계 등을 따져 찬반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부 의원은 “심사 과정에서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과 당선 과정, 검찰 수사 결과 등은 물론 당사자 반론까지 모두 들어본 뒤 모든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찬반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자격심사를 하는 것 자체가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심사 결과 부정경선이 광범위했고, 실제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이 나오면 과연 입장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관영 의원은 “노코멘트”라며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성진 최우리 윤형중 기자 cs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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