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박 대통령, ‘출구전략’ 대신 ‘북 위협 악순환론’만 고집

등록 2013-04-09 21:03수정 2013-04-10 08:21

“북, 미국 특사 등 유도 전략”
김장수 안보실장 언급 이틀뒤
“위기조성→지원 반복안돼” 발언
뾰족수 없는데 특사도 검토안해
‘대북 강경’ 군출신 안보라인 탓
“위기를 조성한 후 타협과 지원…, 위기를 조성한 후 또 타협과 지원…. 끝없는 여태까지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겠나.”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이 최근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의 조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 대목이다. 북한의 잇따른 위협을, 타협과 지원을 끌어내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보고 섣부른 타협을 ‘악순환의 반복’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시각은, 이틀 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헤드라인 전략’ 공개 발언에서 좀더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는 최근 북한의 위협에 대해 “미국의 특사 또는 중국·러시아의 중재, 한국의 대화 제의 등을 유도해 상황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 뒤,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북한의 의도를 공공연하게 지목할 뿐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구상이나 전략은 들어 있지 않다. 북한의 ‘말폭탄’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타협과 지원을 ‘악순환’으로 규정하고, ‘대화 제의나 특사 파견, 중·러의 중재’ 등에 대해서는 ‘북한의 의도’로 낙인을 찍어버렸다. 현실적으로 모색이 가능한 출구전략들을 막아버렸을 뿐 아니라, 앞으로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모양새를 스스로 연출한 꼴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는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수를 내놓지 못한 채 북한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화 제의나 특사 검토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도, 청와대는 ‘시기상조론’을 되풀이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한 지 오래다. 정부가 위기를 해소할 아이디어나 제3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은 ‘대북 강경대응’에 무게를 둔 군 출신들이 외교안보 라인에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북한이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내용을 한 건씩 터트리고 있는데,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자기들 힘의 ‘중심’(重心)으로 인식한다는 방증”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심’이란, 지휘관이 작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관심과 노력을 지향하는 초점을 의미하는 군사용어다. 북한의 ‘작전 목표’가 ‘남한의 불안감 고조’라는 설명인데, 김 실장의 발언은 국민을 안심시키기보다 더 강경한 북한의 행동을 자극하는 발언에 가깝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도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만큼 한가롭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10일 전후 북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걸 외신도 다뤘더라. 우리의 김 빼기 전략이 먹힌 게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사전에 가능성을 알려 국민의 동요를 줄이고 국내외 시장에도 큰 동요가 없게 했다는 자화자찬이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포기했다는 느낌을 주는 발언도 이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특사를 보낸다고 해도 북한이 안 받는다. 북이 원하는 건 미국 특사다. 하지만 과거처럼 미국 특사가 가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고 이런 걸 반복할 순 없다. 야당이나 여당 일각의 특사 주장은 너무 나이브한(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북 “남한 내 외국인 대피 준비하라”
나라빚 443,800,000,000,000원
세자는 왜 왕의 수라를 먼저 먹었나
김연아 6월 ‘올댓스케이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불황 효자’ SUV 잡아라. 차업계 가속페달 밟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