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대북 한 목소리’ 강조하더니…

등록 2013-04-15 20:43수정 2013-04-15 22:33

북에 대화 제의·북 반응 해석 등
청와대가 되레 혼선 초래
“불통” “통합조정 기능 부재” 지적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대변인들은 입버릇처럼 ‘원 보이스’(단일한 목소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오히려 청와대가 ‘원 보이스’ 정책에 혼선을 초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과 14일 통일부의 공식 발표를 당일에 두 차례나 뒤집었다.

14일 낮, 북한이 11일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답변을 내놓자 통일부 대변인은 오후 4시께 “대화 제의 거부라고 보기 어렵다”는 신중한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런데 이날 밤 9시35분 청와대가 갑자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유감”이라는 정부의 공식 의견을 다시 내놨다.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다. 5시간반 만에 정부의 공식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같은 패턴의 일이 지난 11일에도 일어났다. 박 대통령은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해 낮에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을 뒤집었다. 결국 통일부는 사흘 새 두 번이나 대통령과 다른, 정부의 공식 의견을 발표한 셈이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무엇보다 정부의 부실한 의사 결정 시스템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어떤 중대 사안의 최종 결정은 당연히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만, 그 논의 과정에서는 장관과 참모들이 충분히 이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함께 합의한 결론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의회중심제를 채택한 영국의 경우는 총리든 장관이든 내각 회의에서 나온 결론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없다. 다른 의견을 말하려면 먼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청와대가 통합조정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장관 보좌관을 지낸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으로 나뉜 통합조정의 책임자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통합조정자의 역할을 맡았다. 대통령이나 사무처장 주재로 장관과 참모들이 중요 사안을 함께 토론하고 결론을 냈다. 언론에 발표할 내용과 질문·응답까지 모두 준비했다. 혼선이 있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홀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회의를 통해 결정된 정부의 공식 입장을 결과적으로 두 번이나 뒤집은 셈이기 때문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대통령이 장관이나 참모들과 한 팀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결정을 혼자서 하고 다른 사람들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장관과 참모들이 대통령의 ‘의견’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소통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결국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쥔 것으로 보인다. 중요 사안에 대해 장관, 참모들과 토론해 공동의 결론을 내고 이를 흔들림 없이 집행하도록 관리할 사람은 대통령뿐이기 때문이다. 박상훈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통령이 좀더 민주주의적인 리더십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규원 석진환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