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개혁추진 의지 등 철저한 검증 필요” 논평
“마지막이냐, 새로운 시작이냐?”
한 판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지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법개혁 추진 시기의 법원 수장으로서 한계와 기대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표현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일단 그의 추진력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고쳐야할 것이 있으면 직접 나서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후보자는 아이디어가 많으며, 깐깐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무르다’는 평을 듣기도 한 최종영 대법원장 때와는 법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후보자는 우선 대법원의 정책법원 역할에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판단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책결정 기능까지 담당하는 법원 상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사 정리 문제도 관심거리다. 이 후보자는 고법 부장판사 시절, “김영삼 정권이 들어섰을 때 사법부가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미 반성할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싶다. ‘과거’를 책임져야할 만한 사람들이 법원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밝혀, 과거사 청산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기대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소장판사는 “대법관 출신답지 않게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법관이 돼야한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법원 구성방식은 이전보다는 다른 양태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의 형식을 깨지 못한 대법원장 인선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좀 다르길 바랐는데…”라며 아쉬워하는 젊은 판사들도 있다. 대법관 출신이라는 그의 ‘태생적 한계’를 우려하는 법원 안팎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의 개혁은 과거와의 단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대법관을 지내면서 뭔가 확실한 차별성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여러 조언을 충분히 들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에서 “이 후보자가 국민의 입장에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인사청문회 등 국회 동의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황예랑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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