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후보자
신임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은 공식 지명에 앞서 16일 서울 충정로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지명을 받는다면)국민들과 함께 하는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법관 시절 소수의견을 많이 냈는데?
=환경문제 등 당시에는 소수의견이더라도, 훗날 사회변화에 따라 다수의견이 될 수 있는 판결을 하려고 노력했다. 1999년 ‘충남 서산의 준농림지역에 러브호텔 건축허가를 내달라’는 행정소송의 상고심에서 “법원이 헌법·환경관련법률의 정신을 외면한 채 법규를 문자 그대로만 해석한 결과, 러브호텔이 난립하게 됐다”는 보충의견을 내, 법원의 ‘법 형성’ 기능을 강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사법부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반성할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싶다. ‘과거’를 책임져야할 만한 사람들이 법원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1972~79년 긴급조치 때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법관들이 저항하지 못했던 것은 부끄러운 역사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제안을 했는데, 인혁당 사건 등 국민적 의혹을 받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원이 재심요건을 폭넓게 해석해야 하지 않나?
=인혁당 사건은 기록을 보지 않아, 재심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김대중 내란음모 재심사건만 해도,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대법원에서 판례를 남기지 못했다. 과거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야 하급심 판결도 달라질 수 있는데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탄핵 심판 대리인을 맡았던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왜 흠결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노 대통령과는 개인적 인연이 전혀 없다. 나를 두고 ‘대통령 사람’이라고 하면 오히려 대통령이 서운하게 생각할 거다. 대리인단 추천을 받고, 순전히 변호인의 입장에서 판단했다. 변호사로서 대통령탄핵 같은 역사적 사건의 수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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