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63·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신임 대법원장 지명자가 18일 오후 외출했다 돌아와 차에서 내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사법개혁 ‘산파’역 맡았던 원칙론자
이용훈(63·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는 일찍부터 보혁 양쪽의 큰 반발을 사지 않을 ‘절충형’ 인물로 꼽혀왔다. 청와대가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도 그를 택한 것은 사법부의 ‘급격한 개혁’보다 ‘안정 속의 변화’에 비중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엘리트 법관의 길을 걸어온 이 후보자가 사법부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주시민군 ‘폭동’규정 반대 등
대법관 시절 소수의견 많이 내
보안법 등 일부 보수적 판결
개혁성에 의문 제기하는 시각도
이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등 법관으로서 ‘탄탄대로’를 밟아왔다. 제15회 고등고시에 합격해 1969년 대전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한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서울서부지원장으로 있던 1993년 3차 사법파동 때 소장판사들의 의견을 전국법원장회의에 전달하는 구실을 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사법제도개혁을 지휘했고, 94년 대법관에 임명된 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화려한 경력 때문에 ‘법원 안의 재야’로 불리기는 하지만, 과거 사법부와 ‘단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의 ‘성향’은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이 후보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라고 잘라말했다. 특히 몇몇 판결에서 나타나는 보수적인 시각 때문에, 이 후보자의 개혁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이적단체 구성원 사이의 내부토론도 새로운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 구성죄 이외에 찬양·고무죄로 별도 처벌해야 한다”고 국가보안법을 폭넓게 해석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민변이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불허한 국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는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북접촉창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99년에는 남편의 잦은 폭행으로 ‘황혼이혼’ 소송을 낸 70대 여성에게 “혼인생활의 강요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만 이혼할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해 여성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깐깐한 원칙론자’라는 평가답게 대법관 시절 많은 소수의견을 냈다. 12·12, 5·18 사건의 상고심에서 시민군의 광주교도소 공격을 폭동으로 규정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등 4가지 쟁점에 반대 의견을 내 주목을 받았다. 환경문제 등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으려고 노력해, 99년 ‘충남 서산의 준농림지역에 러브호텔 건축허가를 내달라’는 소송의 상고심에서 “법원이 헌법·환경관련법률의 정신을 외면한 채 법규를 문자 그대로만 해석한 결과 러브호텔이 난립하게 됐다”는 보충의견을 내 법원의 ‘법 형성’ 기능을 강조했다. 파업기간 중에 노조전임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거나, 북한이 반국가단체라고 해서 기아·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판결문을 쓰기도 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소탈하고 강직하다’는 평과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 상대하기 어렵다’는 평이 엇갈려 나오고 있다. 고은숙씨와의 사이에 2남1녀가 있다. 개인적으로 보수언론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째아들과 며느리가 <조선일보> 기자로 있고,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장을 오래 지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대법관 시절 소수의견 많이 내
보안법 등 일부 보수적 판결
개혁성에 의문 제기하는 시각도
이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등 법관으로서 ‘탄탄대로’를 밟아왔다. 제15회 고등고시에 합격해 1969년 대전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한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서울서부지원장으로 있던 1993년 3차 사법파동 때 소장판사들의 의견을 전국법원장회의에 전달하는 구실을 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사법제도개혁을 지휘했고, 94년 대법관에 임명된 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화려한 경력 때문에 ‘법원 안의 재야’로 불리기는 하지만, 과거 사법부와 ‘단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의 ‘성향’은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이 후보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라고 잘라말했다. 특히 몇몇 판결에서 나타나는 보수적인 시각 때문에, 이 후보자의 개혁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이적단체 구성원 사이의 내부토론도 새로운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 구성죄 이외에 찬양·고무죄로 별도 처벌해야 한다”고 국가보안법을 폭넓게 해석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민변이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불허한 국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는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북접촉창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99년에는 남편의 잦은 폭행으로 ‘황혼이혼’ 소송을 낸 70대 여성에게 “혼인생활의 강요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만 이혼할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해 여성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깐깐한 원칙론자’라는 평가답게 대법관 시절 많은 소수의견을 냈다. 12·12, 5·18 사건의 상고심에서 시민군의 광주교도소 공격을 폭동으로 규정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등 4가지 쟁점에 반대 의견을 내 주목을 받았다. 환경문제 등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으려고 노력해, 99년 ‘충남 서산의 준농림지역에 러브호텔 건축허가를 내달라’는 소송의 상고심에서 “법원이 헌법·환경관련법률의 정신을 외면한 채 법규를 문자 그대로만 해석한 결과 러브호텔이 난립하게 됐다”는 보충의견을 내 법원의 ‘법 형성’ 기능을 강조했다. 파업기간 중에 노조전임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거나, 북한이 반국가단체라고 해서 기아·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판결문을 쓰기도 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소탈하고 강직하다’는 평과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 상대하기 어렵다’는 평이 엇갈려 나오고 있다. 고은숙씨와의 사이에 2남1녀가 있다. 개인적으로 보수언론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째아들과 며느리가 <조선일보> 기자로 있고,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장을 오래 지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