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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천 법무, 김 총장 ‘검찰개혁’ 줄다리기?

등록 2005-08-19 19:21수정 2005-08-19 23:09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19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엑스파일 전면 공개와 떡값 검사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A href=\"mailto:stonepole@hani.co.kr\">stonepole@hani.co.kr</A>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19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엑스파일 전면 공개와 떡값 검사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대상사건·‘떡값’ 의혹 개혁기회 활용방침에
검찰 “수사지휘 용인땐 외압 휘둘려” 반발

‘엑스파일’과 ‘대상사건’ 처리 방향 등 현안에 대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김종빈 검찰총장이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천 장관은 이 두 사건 모두 검찰의 잘못이 뚜렷하다고 보고, 이를 철저히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김 총장은 천 장관의 이런 움직임을 ‘검찰 흔들기’로 보고 적극 반발하고 있다. ‘검사 떡값’과 ‘재벌 봐주기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더 물러섰다가는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는 검찰 내부의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갈등=천 장관과 김 총장은 최근 벌어진 주요 사건의 핵심 대목마다 대립하는 모습이다. 김 총장이 19일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 언급에 대해 “비합리적인 지휘에는 승복할 이유가 없다”고 응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원칙론적인 발언이지만 장관의 말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작심한 듯 “부당한 지시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심상치 않다. 천 장관의 전날 발언은 “거대권력 등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이 잘못할 경우”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김종빈 검찰총장이 19일 아침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들어서며 엑스파일 수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김종빈 검찰총장이 19일 아침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들어서며 엑스파일 수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상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대한 김 총장의 발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천 장관이 전날 국회 법사위 등에서 “수사팀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는데도 김 총장은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수사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총장은 특히 “장관도 검찰을 지키지만 외부 압력으로부터 검찰을 지키는 게 총장의 임무”라는 말도 했다. 검찰권의 독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천 장관 쪽 움직임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뜻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른바 ‘엑스파일’이 수사 단서가 되느냐와 삼성 비자금 문제를 수사할지 등을 놓고도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

다른 배경은 없나?=천 장관과 김 총장의 갈등 양상은 일단 최근 사건들에 대한 양쪽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검찰 혁신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천 장관은 대상 사건과 검찰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검찰 개혁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번 기회에 문제되는 인사들을 모두 솎아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천 장관이 곧 김상희 법무차관의 사퇴로 생긴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인사요인을 활용해 문제된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식비교
주요 현안에 대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식비교



따라서 김 총장의 이날 견제 발언들은 천 장관의 이런 의도를 읽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검찰 수뇌부는 법무부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쉽게 받아들이면 검찰권이 근본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일선검사들 “떡값 진상부터 밝혀야”

일부선 ‘특별감찰’ 주문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8일 ‘떡값 수수’ 검사들의 실명을 거론한 데 대해 많은 일선 검사들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먼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자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름이 거명된 홍석조 광주고검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부장검사는 “홍 고검장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돈을 나눠주고 했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친형인 홍석현씨의 입을 통해서 그런 내용이 나오고 있으니 참…(믿지 않을 수 없다)”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검찰이 자체 감찰을 하더라도 홍 고검장이 ‘내가 정말 돈 심부름을 했다’고 말하겠냐”며 “털고 갈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그것도 답답한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어떤 방식으로 털고 가자’는 얘기들도 없는 것 같다”며 “고발까지 이뤄졌으니 사건의 진상이 어떤 식으로든 밝혀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 검찰청의 한 간부는 “이번 사건을 검찰이 잘 다루지 못하면 그동안 검찰이 쌓아온 점수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며 검찰 내부의 ‘삼성 장학생’을 밝혀내기 위한 ‘특별감찰’을 주문했다. 이 간부는 “8년 전 일이니, 공소시효는 물론 징계시효마저 지나 이를 가지고 검찰이 나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검찰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정면돌파’를 원한다면 삼성의 ‘검찰장학생’ 관리 실태를 조사한다는 논리로 전면적인 특별감찰에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감찰을 시작하면 검찰 수뇌부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삼성 구조본에 대한 압수수색 등 삼성과 검찰이 전면전을 펼쳐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검찰이 직접 감찰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법무부 감찰관실이 나서서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당원 15명은 19일 광주시 광주고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정치권 비리를 단죄해야 할 검찰의 간부가 오히려 재벌기업한테 ‘떡값’을 받아왔다는 폭로는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며 “전달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홍 고검장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안창현, 광주/안관옥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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