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이후 가이드 늦어 단호하게 질책”→ 실제로는 브리핑 없어
“노크소리 듣고 ‘자료 갖다주나’ 생각”→자료전달 사전협의 없이 안해
“노크소리 듣고 ‘자료 갖다주나’ 생각”→자료전달 사전협의 없이 안해
여대생 지원요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근혜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미국 순방에 동행하며 윤 전 대변인을 지켜봤던 청와대 실무진이나 기자들은 그의 해명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지 상황과 윤 전 대변인의 설명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6일 오후 5시(이하 미국 현지시각) 뉴욕에 도착해 이후 8일 오후 1시30분 황급히 워싱턴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공개 브리핑을 단 한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3시간여 앞둔 7일 아침 7시, 회담 내용 전반을 설명하는 브리핑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도착 후 프레스센터로 직행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워싱턴 동포간담회를 가야 하는데, 가이드(여대생 지원요원)가 늦어 블레어하우스 앞에서 40분을 기다렸다. 그래서 단호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도착 직후 브리핑은 계획에도 없었고, 실제 브리핑도 없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서 여러 차례 가이드를 강하게 질책했다’는 윤 전 대변인의 설명에 대해서도, 현지에 동행했던 스태프들은 “대변인한테 제공된 차는 프레스센터와 본진 숙소를 왔다갔다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지원요원을 질책할 만한 급박한 상황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실무자들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 전 대변인의 스타일 때문에 담당 지원요원이 힘들어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 발생일인 7일 밤 윤 전 대변인이 지원요원과 운전기사 등 셋이 호텔 바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도 청와대 내부에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시 취재진은 한국과의 시차 탓에 밤을 꼬박 새워 가며 정상회담 성과 및 다음날 예정된 상하원 합동연설문을 미리 받아 기사를 쓰고 있을 때였다. 기자들의 기사 작성을 도와야 할 대변인이 ‘가이드를 질책한 게 미안해 술 한잔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 윤 전 대변인은 한 차례 브리핑할 때를 제외하고는 프레스센터에서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해명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78명이나 있고, 청와대 실무 수행원들이 있는 호텔에서 제가 가이드를 방으로 불렀을 리가 있냐”고 해명했지만, 윤 전 대변인은 외부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일 심야에 술 취한 그를 방으로 올려보낸 청와대 직원이 있었고, 새벽 5시께는 술 취한 그를 목격한 기자도 여러 명이다. 그가 지원요원을 호텔방으로 불러 ‘2차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시각은 그로부터 불과 1시간 뒤인 새벽 6시 무렵이다.
윤 전 대변인은 새벽 6시께 2차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아침에 일어나 노크 소리를 듣고 순간 ‘무슨 긴급하게 브리핑을 해야 하는 자료를 갖다주는가 보다’라고 생각해 문을 열었더니 그 가이드여서 황급히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이 호출하지도 않았는데 여성 지원요원이 먼저 방으로 찾아갈 일이 없는데다, 브리핑 자료를 사전 협의도 없이 방으로 가져다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실무진의 증언이다. 당시 기자들에게 필요했던 상하원 합동연설문은 다른 경로로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윤 전 대변인은 ‘워싱턴 방문 전 뉴욕에서도 가이드(지원요원)에게도 술 한잔하자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뉴욕 지원요원을 대하는 윤 전 대변인의 태도도 이미 한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수행단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뉴욕 현지 가이드를 한참 동안이나 호텔 방문 앞에 세워두는 것을 봤는데, 아무리 비서지만 저래도 되나 생각했다”고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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