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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친노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등록 2013-05-17 20:18수정 2013-05-17 21:59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노가 지지한 후보 연이어 고배
가치 중심의 정파였고
시간 흐르며 시효 다해
친노의 시대는 막 내렸다

노무현 구심점 잃은 상황에서
‘친문재인’으로 진화하거나
광범위한 국민 참여 이끄는
두 가지 미래가 놓여있다

5월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노’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용섭 의원은 ‘61.72% 대 38.28%’의 큰 격차로 김한길 의원에게 대표직을 내주었다. 최고위원 후보 7명 중에서 친노로 몰린 윤호중 의원은 꼴찌를 차지했다. 5월15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윤근 의원은 1차 투표에서 1등을 차지하고도 결선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몇 가지 원인이 있지만 친노 지원설 때문에 손해를 봤다.

민주당에서 친노의 쇠락 조짐이 뚜렷하다. 친노와 같은 편이라고만 해도 손해를 보는 지경이다. 문성근 전 대표대행과 영화인 명계남씨는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렇다고 민주당 밖에서 친노가 별도의 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시민 전 의원은 정치를 아예 그만두었다.

친노들끼리 따로 모임이나 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해철·박남춘·박범계·김태년·김현 등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에 바쁘다. 안희정 충남지사,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김만수 부천시장 등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단체장들은 다른 데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문재인·이해찬·한명숙·김원기·문희상·유인태·원혜영 등 정치인 그룹이 있지만, 그들끼리 별도의 교유를 한다는 흔적이 없다. 문성근·명계남 등 당 밖의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대선 패배 이후 서서히 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모양새다.

친노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그렇다. 왜 끝난 것일까?

첫째, 애초부터 조직으로서의 계파가 아니라 가치 중심의 정파였다는 설명이 있다. 주로 친노 인사들의 주장이다. 노무현 정권 청와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인사는 “친노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을 때 국민적 지지를 확보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총선과 대선 패배에 친노가 책임이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조직력으로 돌파할 힘이 애초부터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놓아드릴 때가 됐다. 이제 역사 속에서 노무현의 공과를 평가하며 유업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시간이 흐르며 시효가 다했다는 분석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도 기간이 끝났다는 것이다. 민주당 외부의 시선이다. 2007년 12월 민주당이 대선에서 참패했을 때 안희정 현 충남지사는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이라고 했다. 2008년 총선에서 친노들은 거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친노는 부활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예상을 깨고 압승한 것은 ‘노무현 효과’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그 뒤 추도 분위기가 서서히 사라졌고, 더구나 한명숙·이해찬·문재인 등 친노인사들이 이끈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은 패배했다. 따라서 친노가 맞닥뜨린 정치적 상황이 2007년 대선 직후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친노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노무현이라는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친노라는 명칭의 계파로 다시 출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결국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다시 결속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승계하되 친노가 아니라 ‘친문’(친문재인)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친노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 후보로 다시 나설지 여부는 내년 6·2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의원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에 대해 잘 아는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대통령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없는 것 같다. 시대가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 그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원순, 안희정, 안철수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그 안에 문재인 자신도 들어 있다.”

윤후덕 의원은 한발짝 더 나갔다.

“노무현 정신을 살려내려면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노무현의 가치가 귀중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둘째, 대선 후보도 중요하지만 광범위하게 국민이 참여하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시민참여파’라고 부른다. 문성근 전 대표대행과 최민희 의원 등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깨어 있는 시민그룹’뿐만 아니라 ‘무당파’ 유권자까지 끌어들여야 대선에서 이긴다고 본다. 친노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노라는 단어는 2004년 4·15 총선 국면에서 정치적인 개념으로 등장했다.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국민적 저항이 일자, 보수 성향 언론들이 총선 구도를 ‘친노 대 반노’의 대결로 몰아가기 위해 친노라는 말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친노는 “싸가지가 없다”거나 “편 가르기를 한다”는 등 부정적인 의미를 처음부터 내포하고 있었다. 보수 논객들은 ‘친노 386’ ‘친노 종북’이라는 합성어도 만들었다.

하지만 친노 당사자들은 ‘사람 사는 세상’으로 상징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승계하는 세력으로 자신들을 정의하고 있다. 먼 훗날 친노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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