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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브레이크 없는 남재준

등록 2013-07-26 20:19수정 2013-07-27 09:45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 6월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려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하루 전날 남 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했다. 뉴스1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 6월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려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하루 전날 남 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했다. 뉴스1
[토요판] 커버스토리 실체적 진실 알고 있을 김장수도 침묵만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현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유명 인사’로 발돋움한 계기는 6월24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였다. 국가 기밀 가운데서도 최고 기밀에 속하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반문서라고 주장하며 마음대로 공개한 행위만 해도 충분히 경악스러웠다. 남재준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의 ‘도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지부진했던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가 겨우 가동될 만하니 이번에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정상회담 발언은 ‘사실상 엔엘엘(NLL) 포기(발언)’라는 주장을 폈다. 엔엘엘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남 원장은 26일로 예정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국정원 기관보고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과 국회를 비웃는 듯한 남 원장의 행보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우선 여권에는 그를 적절히 제어할 만한 조직적 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육사 출신 육군대장 4인방 가운데 가장 선배다. 남 원장이 육사 25기, 그다음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27기), 박흥렬 경호실장(28기), 김관진 국방장관(28기) 순서다. 유독 기수를 중요시하는 육사 출신이라는 점을 빼더라도 남재준-김장수-박흥렬 등 세 사람은 참여정부 시절 각각 36·37·38대 육군참모총장을 차례로 물려주고 물려받은 인연도 있다. 남 원장은 여당 출신 강창희 국회의장과도 육사 25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다.

한때 정치권에는 이들 네명의 4성장군 출신 가운데 남재준 원장과 김장수 실장이 외교·안보라인의 주도권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남 원장이 엔엘엘 논란을 주도하며 민주당 안팎의 친노 세력을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엔엘엘 논란의 실체적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 실장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한 탓이다.

마음대로 대화록 공개했지만
정부 외교·안보라인 장악해
여권에서도 제어 못하고
‘탄핵’ 의견 엇갈리는
민주당 대응도 지지부진

3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은 제2연평해전 당시
직무유기 문제삼으려다 포기
잘못하면 김대중 정부의
문제 드러날 수 있었기 때문

이와 관련해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2007년 11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 실장이 북한에 제안한 공동어로수역 지도를 지난 14일 공개해 그를 더욱 곤경에 빠뜨렸다. 이 지도를 보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장관급회담에 참석한 김 실장은 엔엘엘을 기준으로 남북한 등면적 원칙을 적용한 공동어로수역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논의한 공동어로구역 구상은 엔엘엘 포기 의도”라는 국정원의 주장을 뒤집는 물증이 바로 ‘김장수 지도’였다. 김 실장은 이 지도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엔엘엘 논란은 남재준 원장이 워낙 깊숙이 끌고가버려 김 실장의 깊은 침묵은 곧 남재준 원장에 대한 동조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미 남 원장을 중심으로 공동운명체를 형성해버렸다는 이야기다.

남 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도 매끄럽지 않은 모양새다. 남 원장이 국정원 기관보고에 출석하지 않은 26일만 해도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남 원장의 탄핵 소추를 곧바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남 원장이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의 명백한 도발 정보를 입수하고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비슷하게 다뤄졌다. 지난 3월 남 원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을 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제2연평해전 당시 그의 처신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으려다 포기했다. 그는 “남 원장의 북한군 도발 정보 묵살은 군인으로서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문제삼는 순간 김대중 정부의 제2연평해전 대처에도 일정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날 수 있었다. 공세를 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남 원장의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2004년 군 진급비리 의혹 사건도 비슷했다. 지난 3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유인태 민주당 의원은 이를 문제삼았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런데 당시 육군본부 법무감을 맡아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했던 같은 당의 민홍철 의원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일 국정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엔엘엘 사실상 포기’ 내용의 성명이 나온 직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국정원이 (대화록 공개에 앞서) 내부적인 법적 검토를 거쳤다고 했으니 내부적 절차에 따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남 원장에 대해 “그분은 전형적인 강직한 군인”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남재준, 제2연평해전 때 북한 도발정보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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