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 상황실에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파행과 관련해 “분노가 불타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 김한길 민주당 대표 인터뷰
▶ 민주당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의 끊임없는 발목잡기로 인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큰 결심을 내린 것인데요, 승부수라면 승부수입니다. 아직까지는 모두가 조심스럽습니다. 민주당 스스로 거리로 나오며 이를 ‘원내외 병행투쟁’이라고 이름붙인 것처럼 민주당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민의 반응도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한겨레>가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 대표를 1일 밤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열쇠는 오직 박대통령에게!
담판에 사전조율은 필요 없다
담판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무더운 여름날 촛불을 들고
땀 쏟는 국민들을 생각해 보라 엄청난 헌정유린의 연속
국정조사로 바로잡으려 했는데
새누리당 국조 특위 위원들이
여름휴가 운운하면서
서울 떠났다는 소식 듣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결단 “여기 차가운 물수건 좀 갖다주세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진 건 1일 밤 10시 가까운 시각이었다. 인터뷰 장소였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근처의 한 회의실에 도착한 김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물수건으로 얼굴에 맺힌 땀을 훔쳤다. 한여름 원외투쟁에 나선 심정을 묻자 김 대표는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인데 내 마음도 뜨겁다. 분노가 불타오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천막을 세운 첫날, 김한길 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해법과 관련해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오직 박 대통령만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지금의 상황을 풀 열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국정원 국정조사에 비협조로 일관한 새누리당에 대해 “나를 (장외로) 밀어낸 것이 있다면 새누리당과 청와대였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자정이 다 되도록 이어졌다. ‘박근혜 장외투쟁’ 2006년과 정반대 상황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지 석달 만에 원외로 나오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6년, 그때 나는 여당(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며 장외투쟁을 하던 그때 그를 잘 설득해서 국회로 다시 모시고 온 사람이 나였는데, 거꾸로 내가 야당 대표가 된 지 석달 만에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됐다.” -직접 확인한 시민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나나 (문화방송 앵커 출신인) 신경민 최고위원만 해도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니까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리라는 건 어떻게 보면 예상이 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많은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잘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민주당이 오히려 좀더 일찍 (원외투쟁)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 “아까 저녁에도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간사단체 대표들과 만났는데, 한달 전에도 그분들을 만났다. 그때 그분들께 ‘시민사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고, 정치가 책임져야 할 몫도 있으니 시국회의 관계자들이 밖에서 그렇게 애쓰는 걸 뒷배경으로 삼아 우리는 국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의 실체를 확실히 밝혀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어제까지 우리는 진실 규명의 의지가 전혀 없는, 아니 진실을 덮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그래도 뭐라도 하겠다고 발버둥을 쳐온 것이다.” -발버둥 친 결과는 무엇이었나? “아, 이제 정치만으로 이 상황을 감당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구나 하는 사실을 실감한 거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많은 사람의 피끓는 투쟁을 통해 일군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진 상황에 우리는 맞닥뜨렸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것이 우리가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택한 이유다.” -왜 국기문란인가? “국가정보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일, 경찰이 이를 축소·은폐한 일,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니 물타기를 목적으로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으로 공개한 일, 또 그 내용에 대해 정보기관이 ‘엔엘엘(NLL·북방한계선) 포기’라고 해석해 발표한 일, 그 대화록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불법 유출된 일, 또 이를 여당 선거운동에 활용한 일, 그 하나하나가 엄청난 헌정유린이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시민에게, 그리고 정치를 하고 있는 내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는 많았다. “여러 차례 있었고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며칠 전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과 지도부가 여름휴가 운운하며 서울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결단을 내렸다. 다음날 곧바로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 소집했고, 의총 시작에 앞서 ‘이제는 결단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못박은 배경이었다.” -국정조사가 삐걱대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보인 태도는 어땠나? “여름휴가를 핑계로 국정조사를 가로막는 과정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이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보며 낄낄대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 엄청난 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심각성이, 또 일련의 사건에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관계자가 연루된 것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우리 당 127명 국회의원을, 국민을, 우리의 민주주의를 저들은 지금 조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날 자다 일어나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나? “기가 막힐 일이다, 기가 막힐 일. 어느날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진짜 벌떡 일어나서 새벽까지 편지를 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몇마디 언급을 했다.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은데,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지금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국기문란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진상 파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침묵으로 지금 상황을 외면한다면, 국민은 박 대통령을 외면할 거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몇달 전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곧 박 대통령이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을 그 자신이 아니라면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치솟던 지난 6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일이 없다고 밝히며 “국정원에 그런(대선개입)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 절차에 대해서는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로,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한 말이었다.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국정조사 파행에 관한 해법으로 여야 대표회담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며칠 전부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언론을 통해 여야 대표회담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여야 실무진이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나는 지금 문제를 푸는 열쇠가 여당 대표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말한 것과 같다. 오직 박 대통령만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지금의 상황을 풀 열쇠를 갖고 있다.” -대통령과의 담판이라면,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없나? “그런 건 없다. 담판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일단 만나서 일대일로 풀자는 건가? “뭐, 나와 풀 것도 없다. 내가 박 대통령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것처럼 그가 몇가지 사안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상황이 풀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청와대와 ‘담판’에 관한 조율은 하고 있나? “이건 조율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처음 이야기하는 것이다.” -담판의 시기는 언제가 좋은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무더운 여름날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문제 때문에 거리에서 땀을 쏟고 있나.” -박 대통령과의 담판이 필요한 이유는? “국정조사를 통해 앞서 말한 잇단 국기문란 사건의 진상이 모두 드러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조가 정상화된다 해도 그 가운데 일부의 진실이 국민 앞에 보여지리라고 기대하는 것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대통령과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 천막을 걷지 않겠다는 건가? “그렇다. 국정조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진실의 일부를 밝히는 과정이라고 본다.” -민주당의 원외투쟁으로 ‘정치의 실종’이 다시 찾아왔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국조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와, 여당을 설득해내지 못한 민주당의 무능 가운데 어느 쪽 책임이 더 큰가? “내가 협상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우리 원내 지도부가 최선을 다해 여당과 대화를 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상황이 있었다. 결코 우리가 적당히 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협상에 나선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새누리당이 철벽이라고 하더라. 저 사람들은 뭐든 꼬투리만 잡으면 깨려고 하니까….”
‘NLL 관련 논란’ 승착이라곤 할 수 없어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배제나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여부 등과 관련해 민주당 밖에서 볼 때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끌려다닌 것으로 보인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새누리당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한 건 사실 아닌가?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하나…. 내 부덕의 소치다. 우리가 국정원 대선개입에 덜 집중하도록 만든 상황이 있었다. 중간에 엔엘엘 포기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것을 분명히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의지가 우리 내부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화록 자체가 실종된 게 확인된 상황이니까 우리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특히 새누리당은 우리 당 안에 있는 어떤 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을 한 것은 당 대표인 나였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대화록 열람·공개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정원이 대화록을 무단으로 공개했는데도 여론은 ‘엔엘엘 포기 아니다’라는 쪽이 많은데, 대화록 열람·공개 선택을 한 건 누구의 판단이었나?
“여러 상황이 복합적이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엔엘엘 포기 논란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매듭짓고 가지 않으면 다음 선거 때도 저들이 또 활용할 수 있지 않으냐 하는 주장에 동의한 거다.”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는 건가?
“까보니까 없지 않았나. 그걸 승착이라 할 수는 없다. 사실 우리로서도 너무 황당한 상황들이…, 그 당혹감이란 대단했다.”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 열람·공개 주장을 주도했고, 김 대표도 이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인가?
“당을 맡고 있는 대표로서 당 안에 있는 여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책임론’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입장을 밝혔다. 당내 문제와 관련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다른 누구의 이름을 거론할 필요 없이, 대표인 나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대표 주장과 달리 지도부의 한 사람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의원을 겨냥해 사실상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적절한 행동이었나?
“조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 날, 다른 최고위원과 함께 만류했다. 하루 전 내가 기자회견에서 간곡히 호소하듯 말한 것처럼 그런 행동은 다른 누구를 공격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대표에게 상처 입히는 것이라고 나도 그렇게 말했다.”
-‘알박기 정당’이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이 아무리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무능한 모습을 보여도 선거가 다가오면 야권 지지층은 그래도 제1야당에 표를 준다. 민주당은 이에 안주한다는 현실을 꼬집은 표현이다. ‘민주개혁진영의 맏형 자리를 민주당에 맡겨야 하나’라는 회의도 나온다.
“그런 지적도 뭐랄까, 일정 부분 옳은 지적일 수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원내외 병행투쟁’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국회 박차고 나온 게 아니다
국회에서 할 일은 하겠다 우리는 ‘대통령 사과’ 요구
시국회의는 한단계 낮은
‘대통령 입장표명’ 요구
촛불집회 주도하는 그들과
민주당 입장은 거의 비슷 친노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도는 추락을 거듭했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가장 잘못하고 있는 사람을 꼽아달라고 하자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김 대표를 꼽았다. 억울한가? “하하. 당 대표라는 게 항상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우리 당이 다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리더십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 등을 돌아보면 가장 많은 당원이 절실한 과제로 꼽은 것이 계파정치 종식이고, 그래서 계파가 없는 김한길을 뽑은 것 아닌가. 우리 당이 다시 우뚝서려면 리더십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7월30일 만 19살 이상 전국 휴대전화 가입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신당 창당’을 전제로 했을 때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30.2%, 안철수 신당 28.3%, 민주당 12.2%였다. 2011년 12월 창당 이후 거의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제 역할을 가장 못하고 있는 사람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은 김한길 대표 29.5%, 조경태 최고위원 8.3%, 전병헌 원내대표 6.7% 순서였다. -리더십의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민주당의 이번 원외투쟁에 대해 여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친노 강경파에 휘둘렸다’ ‘강경파 위로형 투쟁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결단했기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결단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당 대표로서 당내 여러 목소리에 귀를 열어놓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강경한 목소리가 갑자기 며칠 전부터 나온 거 아니었다. 강경한 목소리와 온건한 목소리에 모두 귀를 열어놓되 나의 주관도 있는 것 아닌가.” -‘친노 강경파’라는 세력은 당내에 실제로 존재하나? “자꾸 그렇게 규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있다. 그런데 그들이 과거 친노라고 불리던 분들과 완전히 일치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러니 또 일부 언론은 ‘신강경파’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던데, 어쨌든 친노·비노 이런 문제는 상당히 극복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 밖에서 친노 강경파, 신강경파 등의 명칭을 활용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게 중요한 지점이다. 우리 당의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를 공격해서 자중지란을 부추기려는 행위는 사실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 존재하는 금도를 넘는 일이다.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적어도 우리가 여당 할 때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3일 민주당 차원의 국민보고대회가 오후 5시30분에 열린다. 시민단체의 촛불집회보다 한 시간 반 먼저 열리는 것인데, 이렇게 따로 행사를 여는 이유가 있나? “낮은 단계부터 협력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따로 또 같이 가는 것이다. 그분들이 바라는 것과 우리의 목표가 대체로 다르지 않을 텐데,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따로 또 같이 가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촛불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아웃’ 등의 구호가 나온다면 민주당을 겨냥한 ‘대선불복 아니냐’는 공세가 있을 수도 있다. “일부 언론이 그런 걱정을 해주던데, 시국회의의 요구를 살펴보면 차분히 정리가 잘돼 있다. 예컨대 우리는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데, 시국회의는 오히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 그밖에도 국정원의 전면적 개혁과 진상 규명, 관련자 처벌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요구와 거의 다를 게 없었다.” -새누리당 등은 ‘대선불복 프레임’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참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내가 공식적으로 수없이 우리는 대선불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는데도 저쪽은 계속 ‘대선불복 아니냐’고 말한다. 지난 대선의 정당성과 박 대통령의 정통성이 걱정된다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가리고 관련자를 엄벌한 뒤 국정원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된다. 대선불복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큰 불행 -지금의 원내외 병행투쟁은 어떤 조건이 형성돼야 풀 것인가? “우리의 요구는 민주주의 회복이다.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헌정유린 사안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의 전면적 개혁, 국정조사 정상화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들을 모두 하나로 줄여서 말하려 하니 결국 민주주의 회복인 것이다. 민주주의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국정원 개혁의 단서가 마련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다시 정치에 전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해답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원내외 병행투쟁은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이 기간은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다만 어떤 이들은 자꾸 출구전략이 있다 없다, 이런 쪽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병행투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우리가 지금 국회를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 할 일은 하겠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최근 휴가를 떠났다.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방해로 야당이 천막농성까지 선택한 상황에서 야권의 유력 정치인인 안 의원이 좀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름에 휴가 간 분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아까도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휴가 간 모든 분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국조와 관련한 임무가 주어진 사람들과 그들을 지휘해야 할 지도부의 태업성 휴가에 울분을 나타낸 것이다. 쉬면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 의원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휴가지에서 국정원 개혁 등에 관한 구체적 구상을 해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장외투쟁까지 선택했는데,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없나? “있다. 다만 그게 두려움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절대로 묻혀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묻힌다면 엄청난 역사적 퇴행이다. 그리고 이미 많이 드러나 있지 않나. 이를 덮는다는 건 국민적 자존심이 허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거꾸로 묻는다면, 이겨낼 자신은 있나? “내가,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큰 불행이다.” 송호진 최성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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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조 특위 위원들이
여름휴가 운운하면서
서울 떠났다는 소식 듣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결단 “여기 차가운 물수건 좀 갖다주세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진 건 1일 밤 10시 가까운 시각이었다. 인터뷰 장소였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근처의 한 회의실에 도착한 김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물수건으로 얼굴에 맺힌 땀을 훔쳤다. 한여름 원외투쟁에 나선 심정을 묻자 김 대표는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인데 내 마음도 뜨겁다. 분노가 불타오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천막을 세운 첫날, 김한길 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해법과 관련해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오직 박 대통령만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지금의 상황을 풀 열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국정원 국정조사에 비협조로 일관한 새누리당에 대해 “나를 (장외로) 밀어낸 것이 있다면 새누리당과 청와대였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자정이 다 되도록 이어졌다. ‘박근혜 장외투쟁’ 2006년과 정반대 상황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지 석달 만에 원외로 나오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6년, 그때 나는 여당(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며 장외투쟁을 하던 그때 그를 잘 설득해서 국회로 다시 모시고 온 사람이 나였는데, 거꾸로 내가 야당 대표가 된 지 석달 만에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됐다.” -직접 확인한 시민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나나 (문화방송 앵커 출신인) 신경민 최고위원만 해도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니까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리라는 건 어떻게 보면 예상이 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많은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잘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민주당이 오히려 좀더 일찍 (원외투쟁)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 “아까 저녁에도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간사단체 대표들과 만났는데, 한달 전에도 그분들을 만났다. 그때 그분들께 ‘시민사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고, 정치가 책임져야 할 몫도 있으니 시국회의 관계자들이 밖에서 그렇게 애쓰는 걸 뒷배경으로 삼아 우리는 국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의 실체를 확실히 밝혀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어제까지 우리는 진실 규명의 의지가 전혀 없는, 아니 진실을 덮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그래도 뭐라도 하겠다고 발버둥을 쳐온 것이다.” -발버둥 친 결과는 무엇이었나? “아, 이제 정치만으로 이 상황을 감당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구나 하는 사실을 실감한 거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많은 사람의 피끓는 투쟁을 통해 일군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진 상황에 우리는 맞닥뜨렸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것이 우리가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택한 이유다.” -왜 국기문란인가? “국가정보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일, 경찰이 이를 축소·은폐한 일,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니 물타기를 목적으로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으로 공개한 일, 또 그 내용에 대해 정보기관이 ‘엔엘엘(NLL·북방한계선) 포기’라고 해석해 발표한 일, 그 대화록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불법 유출된 일, 또 이를 여당 선거운동에 활용한 일, 그 하나하나가 엄청난 헌정유린이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시민에게, 그리고 정치를 하고 있는 내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는 많았다. “여러 차례 있었고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며칠 전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과 지도부가 여름휴가 운운하며 서울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결단을 내렸다. 다음날 곧바로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 소집했고, 의총 시작에 앞서 ‘이제는 결단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못박은 배경이었다.” -국정조사가 삐걱대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보인 태도는 어땠나? “여름휴가를 핑계로 국정조사를 가로막는 과정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이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보며 낄낄대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 엄청난 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심각성이, 또 일련의 사건에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관계자가 연루된 것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우리 당 127명 국회의원을, 국민을, 우리의 민주주의를 저들은 지금 조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날 자다 일어나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나? “기가 막힐 일이다, 기가 막힐 일. 어느날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진짜 벌떡 일어나서 새벽까지 편지를 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몇마디 언급을 했다.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은데,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지금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국기문란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진상 파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침묵으로 지금 상황을 외면한다면, 국민은 박 대통령을 외면할 거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몇달 전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곧 박 대통령이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을 그 자신이 아니라면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치솟던 지난 6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일이 없다고 밝히며 “국정원에 그런(대선개입)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 절차에 대해서는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로,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한 말이었다.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국정조사 파행에 관한 해법으로 여야 대표회담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며칠 전부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언론을 통해 여야 대표회담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여야 실무진이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나는 지금 문제를 푸는 열쇠가 여당 대표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말한 것과 같다. 오직 박 대통령만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 지금의 상황을 풀 열쇠를 갖고 있다.” -대통령과의 담판이라면,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없나? “그런 건 없다. 담판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일단 만나서 일대일로 풀자는 건가? “뭐, 나와 풀 것도 없다. 내가 박 대통령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것처럼 그가 몇가지 사안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상황이 풀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청와대와 ‘담판’에 관한 조율은 하고 있나? “이건 조율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처음 이야기하는 것이다.” -담판의 시기는 언제가 좋은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무더운 여름날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문제 때문에 거리에서 땀을 쏟고 있나.” -박 대통령과의 담판이 필요한 이유는? “국정조사를 통해 앞서 말한 잇단 국기문란 사건의 진상이 모두 드러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조가 정상화된다 해도 그 가운데 일부의 진실이 국민 앞에 보여지리라고 기대하는 것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대통령과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 천막을 걷지 않겠다는 건가? “그렇다. 국정조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진실의 일부를 밝히는 과정이라고 본다.” -민주당의 원외투쟁으로 ‘정치의 실종’이 다시 찾아왔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국조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와, 여당을 설득해내지 못한 민주당의 무능 가운데 어느 쪽 책임이 더 큰가? “내가 협상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우리 원내 지도부가 최선을 다해 여당과 대화를 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상황이 있었다. 결코 우리가 적당히 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협상에 나선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새누리당이 철벽이라고 하더라. 저 사람들은 뭐든 꼬투리만 잡으면 깨려고 하니까….”
김한길 대표는 1일 늦은 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원외투쟁을 승리로 이끌 자신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기지 못하면 나라의 큰 불행”이라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국회 박차고 나온 게 아니다
국회에서 할 일은 하겠다 우리는 ‘대통령 사과’ 요구
시국회의는 한단계 낮은
‘대통령 입장표명’ 요구
촛불집회 주도하는 그들과
민주당 입장은 거의 비슷 친노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도는 추락을 거듭했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가장 잘못하고 있는 사람을 꼽아달라고 하자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김 대표를 꼽았다. 억울한가? “하하. 당 대표라는 게 항상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우리 당이 다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리더십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 등을 돌아보면 가장 많은 당원이 절실한 과제로 꼽은 것이 계파정치 종식이고, 그래서 계파가 없는 김한길을 뽑은 것 아닌가. 우리 당이 다시 우뚝서려면 리더십 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7월30일 만 19살 이상 전국 휴대전화 가입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신당 창당’을 전제로 했을 때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30.2%, 안철수 신당 28.3%, 민주당 12.2%였다. 2011년 12월 창당 이후 거의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제 역할을 가장 못하고 있는 사람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은 김한길 대표 29.5%, 조경태 최고위원 8.3%, 전병헌 원내대표 6.7% 순서였다. -리더십의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민주당의 이번 원외투쟁에 대해 여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친노 강경파에 휘둘렸다’ ‘강경파 위로형 투쟁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결단했기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결단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당 대표로서 당내 여러 목소리에 귀를 열어놓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강경한 목소리가 갑자기 며칠 전부터 나온 거 아니었다. 강경한 목소리와 온건한 목소리에 모두 귀를 열어놓되 나의 주관도 있는 것 아닌가.” -‘친노 강경파’라는 세력은 당내에 실제로 존재하나? “자꾸 그렇게 규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있다. 그런데 그들이 과거 친노라고 불리던 분들과 완전히 일치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러니 또 일부 언론은 ‘신강경파’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던데, 어쨌든 친노·비노 이런 문제는 상당히 극복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 밖에서 친노 강경파, 신강경파 등의 명칭을 활용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게 중요한 지점이다. 우리 당의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를 공격해서 자중지란을 부추기려는 행위는 사실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 존재하는 금도를 넘는 일이다.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적어도 우리가 여당 할 때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3일 민주당 차원의 국민보고대회가 오후 5시30분에 열린다. 시민단체의 촛불집회보다 한 시간 반 먼저 열리는 것인데, 이렇게 따로 행사를 여는 이유가 있나? “낮은 단계부터 협력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따로 또 같이 가는 것이다. 그분들이 바라는 것과 우리의 목표가 대체로 다르지 않을 텐데,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따로 또 같이 가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촛불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아웃’ 등의 구호가 나온다면 민주당을 겨냥한 ‘대선불복 아니냐’는 공세가 있을 수도 있다. “일부 언론이 그런 걱정을 해주던데, 시국회의의 요구를 살펴보면 차분히 정리가 잘돼 있다. 예컨대 우리는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데, 시국회의는 오히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 그밖에도 국정원의 전면적 개혁과 진상 규명, 관련자 처벌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요구와 거의 다를 게 없었다.” -새누리당 등은 ‘대선불복 프레임’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참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내가 공식적으로 수없이 우리는 대선불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는데도 저쪽은 계속 ‘대선불복 아니냐’고 말한다. 지난 대선의 정당성과 박 대통령의 정통성이 걱정된다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가리고 관련자를 엄벌한 뒤 국정원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된다. 대선불복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큰 불행 -지금의 원내외 병행투쟁은 어떤 조건이 형성돼야 풀 것인가? “우리의 요구는 민주주의 회복이다.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헌정유린 사안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의 전면적 개혁, 국정조사 정상화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들을 모두 하나로 줄여서 말하려 하니 결국 민주주의 회복인 것이다. 민주주의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국정원 개혁의 단서가 마련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다시 정치에 전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해답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원내외 병행투쟁은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이 기간은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다만 어떤 이들은 자꾸 출구전략이 있다 없다, 이런 쪽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병행투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우리가 지금 국회를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 할 일은 하겠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최근 휴가를 떠났다.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방해로 야당이 천막농성까지 선택한 상황에서 야권의 유력 정치인인 안 의원이 좀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름에 휴가 간 분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아까도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휴가 간 모든 분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국조와 관련한 임무가 주어진 사람들과 그들을 지휘해야 할 지도부의 태업성 휴가에 울분을 나타낸 것이다. 쉬면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 의원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휴가지에서 국정원 개혁 등에 관한 구체적 구상을 해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장외투쟁까지 선택했는데,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없나? “있다. 다만 그게 두려움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절대로 묻혀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묻힌다면 엄청난 역사적 퇴행이다. 그리고 이미 많이 드러나 있지 않나. 이를 덮는다는 건 국민적 자존심이 허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거꾸로 묻는다면, 이겨낼 자신은 있나? “내가,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큰 불행이다.” 송호진 최성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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