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5월 모임’ 직전 발언 보니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5월 모임’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군사적 준비를 통한 내란음모를 모의한 것으로 의심하면서, 이 시기를 전후한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발언과 움직임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일 일부 언론에 공개된 ‘이석기 녹취록’을 보면, 이 의원은 “전쟁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의원이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물질·기술적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실제 이 의원은 국회 공개석상에서도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론을 폈다. 그는 3월22일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한반도 하늘 위에 B-52 전폭기가 뜨고 6·25 이래 전쟁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4월25일 대정부질문에선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다.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 민족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누구도 사상 초유의 난국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한반도는 격돌의 길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핵무기를 통한 북한 핵억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5월 모임’이 열리기 직전, 그의 한반도 정세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그는 지난 3월 진보당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선 “30~40년 전으로 회귀하는 역사의 반동의 폭력들이 도처에서 자행되고 넘쳐난다. 우리 민중이 바라고 우리 민족이 원하는 역사의 새봄은 우리들의, 우리 민중들의 강력한 투쟁으로만이 도래할 수 있다”며 ‘민중의 자주화’를 위해 당원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독려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승리자의 모습으로 환하게 맞받아쳐 나가자”고 말하기도 했는데, 녹취록에서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라는 표현과 유사한 언어 습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올해 초 통합진보당 성동구갑 신년강연에서 “단순히 ‘정의가 이긴다’가 아니라, 그 정의가 물리적 힘으로 결합할 때, 진실과 가치가 우리 마음속에, 우리 일하는 사람 속에 들어간 순간, 기존의 지배체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진보당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항쟁 33주년 기자회견문’에서 한반도 상황을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 위기”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3월8일 북한의 ‘조선정전협정 백지화’,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 전면 무효화’ 선언, 4월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등에 비춰 보면, 5월 들어 한반도의 대결 국면은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진보당에선 “전쟁 위기 상황”이라는 이 의원과 당의 인식 등을 두고 군사적 대응까지 도모했다고 비약하려는 의심은 국정원의 정치공작과 비슷한 시선이라고 반박한다. 이 의원은 4월25일 대정부질문에서 “남·북·미·중 4자 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으며,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까지 발언했다는 것이다. 또 4월22~30일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 실시될 당시, 진보당 젊은 당원들이 ‘연평도 평화기원 삼보일배’까지 나선데다, 이정희 대표 등이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송호진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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