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트 공작 폐지했지만
원장 바뀌면서 되살아나”
국정원법 바꾸지 않는한
국회 승인 안받아도
조직 확장·변경 가능
원장 바뀌면서 되살아나”
국정원법 바꾸지 않는한
국회 승인 안받아도
조직 확장·변경 가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최고의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 등에 국가정보원 직원이 출입하는 현행 시스템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정보수집 파트를 폐지하지 않고 기능만 제한하는 방식의 국정원 개혁은 김대중 정부 때 이미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 핵심 인사는 “1997년 정권교체 이후 이종찬 안기부장이 국내파트에서 미행, 도청, 감시 등 공작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폐지했지만, 원장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 파트의 공작 기능은 슬그머니 되살아났다. 엄익준·김은성 등 원 출신 차장들이 국내파트 기능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안에서는 국내파트가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 국내파트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를 도청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김대중 정부 초기에 국내파트나 수사권을 폐지했어야 하는데 중앙정보부 기조실장을 지냈던 이종찬씨가 정권교체 이후 첫 안기부장이 되면서 실패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때는 왜 국정원을 개혁하지 않았냐’는)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정권교체 직후 당연히 사퇴시켜야 할 간부 몇 사람이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되살아나 국정원 고위직을 차지한 일이 있다. 이들은 나중에 각종 공작과 부패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 관계자들은 국내파트나 수사권을 폐지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개혁이 자신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국정원법이 ‘조직’을 국정원 스스로 정하도록 돼 있는 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국가정보원법은 제3조(직무)에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비롯해 모두 5가지 직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직’은 국정원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위해 국정원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
청와대는 4월12일 국정원 차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1차장(한기범)은 대북정보·해외국익정보 담당, 2차장(서천호)은 대공수사·대테러·방첩 등 보안정보 담당, 3차장(김규석)은 사이버 통신 등 과학정보 담당이라고 밝혔는데, 이때도 국정원법은 개정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국정원이 대통령만 설득하면 국회의 승인 없이도 조직을 확장·변경하는 일이 가능하게 돼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16일 3자회담에서 “국정원에서 일체 민간이나 관에 출입하는 일 없도록, 정치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내 파트와 수사권 폐지 등에 대해선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엄연한 현실과 외국의 예 등을 참고로 국정원이 국내에서의 대공방첩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옳고, 수사권 역시 그런 국정원의 활동 효력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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