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일 저녁 경기 화성시 봉담읍 사무실에서 꽃다발을 목에 건 채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들어 답례하고 있다. 화성/이정우 선임 기자 woo@hani.co.kr
새누리 재보선 낙승
최다선에 박 대통령과 가까워…김무성 독주 막을 카드 역할
“차기 당권 도전” 관측 속 당내 반발에 “친박 병풍 될 것” 전망도
최다선에 박 대통령과 가까워…김무성 독주 막을 카드 역할
“차기 당권 도전” 관측 속 당내 반발에 “친박 병풍 될 것” 전망도
친박 원로이자 핵심 실세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30 재보궐선거에서 생애 일곱번째 금배지를 달았다. 2009년 5월 공천비리 혐의의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지 4년5개월여 만에 다시 여의도로 ‘귀환’하게 된 것이다. 그의 복귀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과 함께 여권의 ‘친박 원로 3각 편대’가 완성됐다는 의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신뢰관계가 돈독한 친박 원로들을 청-당-원외에 고루 배치해 청와대의 장악력과 통제력을 높일 수 있는 진용이 갖춰진 셈이다.
청와대가 여론의 비판과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서 서 당선인을 공천한 것도 그를 통해 좀더 ‘원만한’ 당-청 관계를 만들겠다는 포석이었던 만큼, 서 당선인의 행보가 여권 내 세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서 당선인은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진행될 새누리당 당권 경쟁의 강력한 변수다. 그동안 여당의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는 김무성 의원이 꼽혀 왔다. 김 의원은 19대 총선과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데 ‘자타공인’ 일등공신이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자기 세력’을 가진 정치 실력자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박 대통령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이 전횡 논란에 휩싸이자 그를 2선으로 물리는 대신 김 의원을 총괄선대본부장에 기용하며 그의 손을 빌렸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그를 여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더욱이 친박 핵심들은 김 의원이 이른바 ‘원박·짤박 세력’(친박 핵심에서 밀려난 과거 친박계 인사들)은 물론 이재오 의원 등 친이명박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서 당선인을 김 의원의 독주를 막는 강력한 견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 당선인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일단은 당권에 직접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박계인 한 고위 당직자는 “서 당선인의 적극적인 성격상 직접 당권을 잡으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서 당선인의 한 측근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 당선인의 처지에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은 별 매력이 없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출마를 강행한 것은 당에서 정치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 강했기 때문이었다”며 당권 도전 의지를 전했다.
하지만 ‘낡은 정치인’ ‘구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두차례 실형을 산 경력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새누리당의 한 다선 의원은 “비리 전력이 있는 사람을 당의 얼굴로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그의 당선은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마지막 명예회복을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당내 반발 기류 탓에 서 당선인은 이른바 ‘친박 병풍’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인 다른 고위 당직자는 “서 당선인은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직접 당 대표로 나서기보다, 최경환 원내대표 등 친박계 당 대표를 지원하는 ‘병풍’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친박계는 황우여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로 차출될 경우, 서 당선인을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밀 수도 있다. 그가 어느 쪽으로 활용될지는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 박 대통령의 지지율, 김무성 의원의 세 결집 정도, 여론의 풍향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송채경화 기자 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