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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주당 전략 없고 반성 없고…패배주의 굳어지나

등록 2013-10-31 21:28수정 2013-11-01 09:03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0·30 재보궐선거에서 두 지역 모두에서 참패한 뒤인 31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0·30 재보궐선거에서 두 지역 모두에서 참패한 뒤인 31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비상회의도 재보선 결과 ’외면’
“워낙에 새누리 아성” 발언 유일
선거과정도 ‘안이한 패착’
기대감 대신 “이미 진 선거”
당 지원도 ‘알리바이용’ 눈총
전문가 “상황 방치하면
내년 선거도 속수무책 될수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간층을 끌어와야 된다. 더구나 (경기)화성갑은 우리한테 열악한 지역이어서 정당 대결로 가면 안 되는데, 무조건 지원하러 가라고 했으니 더 어려워졌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전날 치러진 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31일 이렇게 말했다. ‘중간층’의 지지를 얻으려면 ‘지역일꾼론’으로 가야 하는데,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는 바람에 더 크게 패했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가 최선을 다했다는 항변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4월 재보선 이후 최저치인 33.5%의 투표율,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친 화성갑 득표율(29.2%)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새누리당 지지세가 공고한 경북 포항남·울릉에서 민주당 후보가 겨우 18.5%를 얻어 새누리당에 무려 60.06%포인트의 큰 격차로 지고, 수도권인 화성갑에서조차 ‘더블스코어’ 이상의 차이로 참패했지만 민주당의 인식은 이토록 안이하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국회운영본부회의에서 모두 6명이 공개발언에 나섰지만, 재보선 결과를 언급한 사람은 전병헌 원내대표뿐이었다. 그나마도 “워낙에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다”는 변명에 그쳤다.

지난 4·24 재보선에 이어 또다시 참패를 당한 만큼 당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라도 소집해 원인을 따져보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을 자성하며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한 당직자는 “예상보다 큰 차이로 져서 다들 침통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재보선과 관련한 얘기는 아무도 꺼내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의 이런 무기력과 패배주의는 재보선을 치르기 전부터 팽배했다. 후보등록일이었던 지난달 10일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와이티엔> 라디오에 나와 “서청원이냐 오일용이냐, 박명재냐 허대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투표율과 득표율로 판단해야 한다. 투표율과 득표율이 기준치(기존 선거)에서 올라가면 새누리당의 승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겨도 패배한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당직자들도 지지자들에게 ‘열심히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어넣는 대신, ‘이미 진 선거’라는 발언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더구나 후보가 확정됐는데도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당이 자기 후보를 신뢰하지 않는데, 어느 유권자가 표를 주겠나. 설사 이기기 어려운 선거라 해도, 자기 당 후보를 키우고 지역 기반을 확장하는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은 ‘서청원 정도는 오일용으로 누를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의 지원 활동도 ‘알리바이 만들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해당 지역에서 총력전을 벌이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손 고문도 과거에 ‘내 선거’처럼 챙겼던 (수원갑) 이찬열 의원 때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역대 어느 지도부보다도 ‘당내 반발’이 없는 상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 비판을 자제하는 건 잘해서가 아니다. 워낙 엄중한 시기라 적전분열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참는 것일 뿐”이라며 “그런데도 김 대표는 자꾸 특정 세력이 자신을 흔들려 한다고 오해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지난 총선과 대선, 4월 재보선에 이어 네 차례 선거에서 연패하고, 당이 뾰족한 활로도 찾지 못하면서 패배주의가 당의 체질로 굳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내년 지방선거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민주당이 야권 재편을 포함해 야권 전체의 전망, 국가운영의 정체성과 비전을 보여주고 차세대 주자도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금 상황을 방치하면) 김한길 지도부가 뭘 하든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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