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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강제 해산’ 내몰린 진보정당

등록 2013-11-05 19:56수정 2013-11-06 15:30

통합진보당에 대한 법무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기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이정희 당대표(앞줄 오른쪽 둘째)를 비롯한 소속 의원 및 당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통합진보당에 대한 법무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기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이정희 당대표(앞줄 오른쪽 둘째)를 비롯한 소속 의원 및 당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부, 진보당 해산심판·6명 의원직 박탈 청구
법무부, 박대통령 전자결재 받아 헌재에 제출
헌법학자들 “내용·절차 모두 문제있다” 비판
정부가 5일 통합진보당(진보당)의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부는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6명의 의원직 박탈도 함께 청구했다. 정부가 국민의 선택으로 의석을 보유한 원내 제3당을 강제 해산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정홍원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긴급안건으로 상정·의결한 뒤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전자결재를 받아 헌재에 접수했다. 정부는 심판청구서에서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당 최고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일성의 사상을 도입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창당 및 엔엘(NL) 계열의 입당 과정, 강령 개정 등에 북한 지령을 통해 북한과 연계해 온 사실이 확인돼 존치할 경우 북한과 함께 우리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을 각하하지 않는 한 180일 이내에 심리를 마치고, 종국 결정을 하게 된다.

이승만 정권 때인 1958년 ‘간첩 혐의’로 사형된 죽산 조봉암의 ‘진보당’이 강제 해산된 사례가 있지만, 1962년 5·16쿠데타 이후 정당 관련 조항이 헌법에 도입된 뒤 정부가 헌법 절차에 따라 정당의 강제 해산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내용이나 절차 모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합법적 수단으로 헌법에도 반대할 수 있는 조직이다. 따라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대했다는 것은 정당해산 요건이 아니며, 민주적 기본질서 폐지를 구체적으로 시도해야만 해산요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해산) 청구권자인 대통령 부재중 열린 국무회의에서 결정이 이뤄진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청구하라는 게 헌법 정신”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들은 “1970년대 권위주의 정권 부활 시도”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한국사)는 “70년대가 계엄령, 긴급조치 등 비상한 수단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법의 조문을 통상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견강부회하고 있다. 법형식을 빌려 재현된 권위주의다”라고 비판했다.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한국사)는 “진보당 사태가 상징적 사건이긴 하되 북방한계선(NLL) 문건 논란, 전교조 불법화, 역사 교과서 논란,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와 수사 방해 등 최근 일련의 퇴행적인 흐름, 공작정치 차원의 일종의 공안정국 조성, 반공 알레르기의 극대화, 매카시즘 극대화 추세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 사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도 1979년 신민당 총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금 정부는 집권 초기인데도 박정희 정권 말기적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내 제3당에 대한 유례없는 정치 탄압이다”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당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는 민주주의의 성숙도, 국민들의 눈높이, 선거제도의 올바른 작동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대한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며,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며 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한승동 김정필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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