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정당해산’ 청구]향후 절차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은
적시처리로 두달만에 결정
진보당 의원직 유지될진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은
적시처리로 두달만에 결정
진보당 의원직 유지될진 논란
정부가 5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함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심판 청구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시작된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에는 2013헌다1, 정부가 함께 낸 통합진보당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에는 2013헌사907이라는 사건번호를 붙였다. 헌재 사건 가운데 ‘헌다’로 시작되는 정당해산심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가’는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 ‘헌나’는 탄핵 사건에, ‘헌다’는 정당해산심판 청구 사건에 부여되는 부호다. 청구서 접수 사실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되고, 당사자인 통합진보당에도 청구서 사본이 송달된다.
헌재는 미국 방문중이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이날 저녁 귀국함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재판관 회의를 열어, 이 사건에 대한 주심재판관을 정할 예정이다.
재판관 회의에서는 이 사건을 ‘적시처리’ 사건으로 선정할지 여부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은 ‘심판사건은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기간을 넘기는 일이 잦았다. 이에 따라 헌재는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경우 국가나 지자체에 중대한 손실이 예상되거나 사회 전체의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는 사건 등은 적시처리 사건으로 선정해 신속한 결정을 내리도록 해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실형 선고시 지자체장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 위헌확인 사건 등이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돼, 접수된 지 두 달여 만에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 관계자는 “이들 사건은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분명해 법리검토만 하면 됐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어서 그렇게 신속한 처리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최종 선고 때까지 해산심판 대상 정당의 활동을 정지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어, 정부가 이날 함께 신청한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도 이른 시일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법은 정당해산심판 사건에선 구두변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부와 통합진보당 사이의 법정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들은 헌재가 독자적으로 증거조사에 나서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심리 과정에서는 강령·정책 등 정당의 목적, 정당 명의의 활동이나 당 간부의 연설·활동 등을 두루 살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를 진행하며,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정당해산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헌재가 해산을 결정하면 통합진보당은 중앙당뿐 아니라 당 지부나 산하 조직도 모두 자동으로 해산된다. 헌재가 결정서를 국회·정부·중앙선관위에 보내면, 선관위는 정당법에 따라 정당 등록을 말소하고 이를 공고한다. 당의 잔여 재산이나 남은 보조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대체 정당의 창당은 금지되며, 해산된 정당의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2004년 헌재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명시 규정이 없고, 국회의원은 헌법이론상 정당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라는 등의 이유로 의원직 유지가 옳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헌법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입법적으로 해결해야지 헌재가 마음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는 견해가 많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날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의 면직을 함께 청구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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