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국민동의 없는 개인선택” 비판
“민심검증 거쳐 공감대 마련해야”
노대통령 “의원과 임기 맞출수도”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과 관련해 ‘2선 후퇴, 임기단축 고려’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종교계 등에서 “대통령의 의무를 가볍게 여긴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정책과제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적 동의 없이 자신의 개인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31일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아주면 임기를 채우는 게 대통령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의무를 가볍게 여긴, 탈헌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도 “대통령의 지위는 임기 5년 동안 국민으로부터 역사의 임무를 부여받은 것인데, 이를 개인의 선호에 의해 판단하는 것은 과거 전제정치 시절의 발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역주의 극복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좀더 합리적인 절차와 다른 정책과제와의 조합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대통령은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들지 말고 야당, 국민과 함께 논의하고 설득해서 합리적인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며 “국민의 반응이 왜 냉담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지역갈등 해소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므로, 대통령은 통치자로서 더 다양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정책실장은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끼칠지 고려하지 않는 벼랑끝 전술로 국민들한테 불안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비오 신부는 “외적인 정치 형태의 변화로는 지역구도를 깨뜨리기 어렵다”며 “대통령 혼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동의하라고 하지 말고, 밑바닥 민심에 귀를 기울여 민심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정치는 국민에 대한 설득인데 국민들을 설득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며 “사회적 양극화, 지역구도 등에 대한 대안 모색에 개혁세력들이 역량을 모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언론사 논설·해설 책임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한 자리에서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제도적, 정치문화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다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그때 가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임기를 함께 같아지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소야대 정치구도는 약체 정부를 의미하고 대단히 비효율적인 것”이라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중간평가를 하든 중간에 국민심판을 받든, 그렇게 결판을 내 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전날의 ‘2선 후퇴, 임기단축 고려’ 발언에 대해 “우리 헌법에 대통령의 사임을 전제로 한 규정이 있다”며 “사임의 사유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지금 동의를 얻어나가는 과정이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이순혁 이유진 기자 jieuny@hani.co.kr
그는 전날의 ‘2선 후퇴, 임기단축 고려’ 발언에 대해 “우리 헌법에 대통령의 사임을 전제로 한 규정이 있다”며 “사임의 사유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지금 동의를 얻어나가는 과정이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이순혁 이유진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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