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한-미FTA를 13개국에 확장한 셈
한국, 이미 7개국과 FTA 맺기도
이중삼중의 통상질서로 들어가
중국과의 조율도 쉽지않은 문제
일방추진땐 국내갈등 폭발할 수도
한-미FTA를 13개국에 확장한 셈
한국, 이미 7개국과 FTA 맺기도
이중삼중의 통상질서로 들어가
중국과의 조율도 쉽지않은 문제
일방추진땐 국내갈등 폭발할 수도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의사를 공식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 협상은, 형식상으로 보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우리나라까지 여기에 참여하면 역내총생산 규모가 28조달러에 이르는 거대 경제권이 하나의 협정으로 묶인다.
티피피는 전 품목 관세 철폐에다 투자와 서비스시장 자유화를 추구하는 높은 수준의 협정이다. 미국은 이를 ‘21세기형 무역협정’으로 간주하며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표준으로 삼으려 한다. 미국에 티피피란 세계경제의 견인차인 동아시아의 경제통합에 간여하기 위한 교두보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의 협상 참여가 공식화된 뒤로는 시간만 문제일 뿐 후발 참여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일찌감치 거론됐다. 기존 참여국들도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미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합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후발 참여는 여러 문제를 태생적으로 야기한다. 철저한 비밀주의로 협상이 진행되는데다, 후발 참가국한테는 기존 합의사항 엄수 의무가 주어진다. 그만큼 국내 민감 분야의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한 협상 카드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협상이 진행중인 한-일, 한-중 자유무역협정과의 조율도 쉽지 않은 문제다. 티피피 참여를 두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뒤 더욱 복잡하게 꼬여 있는 한-일, 한-중 관계나 정부의 협상 능력을 고려할 때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욱이 협정의 이해득실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국내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이 폭발할 위험도 커진다.
중국 변수는 더욱 풀기 어려운 숙제다.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경제의 양대 축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처지다. 어느 한쪽에 쏠리면 다른 한쪽의 보복성 조처를 부를 수 있다. 중국은 티피피를 미국의 자국 봉쇄 전략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게 중국은 미국보다 더 중요한 교역대상이다. 수요시장으로서 중국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는 2000년 2.6%였으나 2012년에는 8%대로 커졌다. 반면에 미국의 기여도는 6.9%에서 3% 선으로 떨어졌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중국은 시장경제로의 연착륙과 개혁의 지렛대로 대외개방을 바라보고 있어 언제든 준비가 되면 티피피 협상에 나설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경계감이 많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협상에 참여할 경우 한-중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티피피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경제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협상 참여국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7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이미 체결했다. 수출입 기업들은 기존 자유무역협정들의 관세혜택 요건이나 원산지 규정 등을 제대로 챙기기에도 벅차다. 여기에 티피피에 참여하면 이중삼중으로 더욱 복잡한 구조의 통상질서에 들어간다. 자칫 경제적 실효성은 추구하지 못한 채 자유무역협정의 비용만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주된 이유로는 △농업 분야 피해가 크고 △한-일 교역에서 불리해지고 △한-중 자유무역협정에 부정적이라는 점 등을 제기했다. 평소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해온 정인교 인하대 교수도 “티피피는 별다른 실익이 없다. 가입 안 해도 큰 손해가 없을 것이며, 현재 추진중인 양자협정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농업 분야와 관련해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티피피는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지향하는 아주 높은 수준의 개방 전략으로 농업 부문의 큰 타격이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산업별 수용 능력에 대한 분석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정부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정교한 득실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지역 경제·외교 질서에 올라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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