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
민주 “정국갈등 깊은데 접촉 없어”
역할 못하자 새누리당도 한소리
역할 못하자 새누리당도 한소리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치권과 소통이 없는 ‘정무(政無)수석’이다.”
요즘 민주당에선 외교관 출신인 박준우 수석을 두고 이런 비아냥까지 나온다. 원래 청와대 정무수석은 여야 정치권과 두루 접촉하며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를 매끄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자리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과 거의 접촉이 없는 박 수석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었다는 뜻이다.
전병헌 원내대표 쪽 인사는 2일 “국회에서 9월16일에 열린 3자회담(대통령·여야 대표)에서 정국갈등이 더 깊어졌는데도, 그 이후 정무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위해 국회에 올 때조차 민주당 원내대표실로 찾아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연락을 해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 수석이 원내대표한테 전화연락을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나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강기정 의원 문제(청와대 경호요원과의 마찰)로 내가 먼저 연락을 해서 ‘청와대가 이 문제를 좀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박 수석이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출석하는) 국회 운영위가 열렸을 때, 운영위원장 주재로 여야 의원, 청와대 관계자들이 식사를 같이하면서 박 수석을 본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정국 해법의 열쇠는 결국 대통령이 쥐고 있지만, 여야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박 수석이 최소한 야당 의원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듣는 성실함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당직자는 “(박 수석의 무접촉이) 야당을 외면하는 청와대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의원들의 경·조사를 챙기며 정치권과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이 부친상을 당했지만,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빈소를 찾은 것과 달리 박 수석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여당인 새누리당의 최경환 원내대표조차 “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던 박 수석은 지난 26일 청와대 예산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오랜만에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사진 속 박 수석은 김기춘 실장 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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