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벌리지 말고 인심 쓰라는 취지였을 것”
내부통신망에 글 올려 “그만두지 않겠다”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 테이프에 등장하는 삼성의 검사 관리 의혹에 대해 대검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녹취록에 등장하는 유일한 현직 검사인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홍 고검장은 지난 31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16절지 7장 분량의 장문에서 “삼성 떡값을 돌리라는 명목으로 돈을 전달받은 적이 결코 없다”며 “삼성 떡값이라고 준다 해서 받을 검사가 어디 있겠나. 글로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형(삼성 회장)이나 형이 저를 삼성 로비용 창구로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형이 녹취록과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면 그 뜻은 저를 통해 후배 검사들에게 삼성 로비용 떡값을 나눠주게 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제가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후배 검사들에게 좀 인심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홍 고검장은 “자형(삼성 회장)은 ‘석조는 자기가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도와줄 생각도 말고 도움 받을 생각도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들었고, 형은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기사를 놓쳐도 좋으니 홍 검사에게서 취재하지 말라’는 접근금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만일 그만둔다면 터무니없는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검찰을 위해서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고 한다”고 적었다. 홍 고검장은 또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교차점에 놓인 저를 흔들고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밝힌 내용을 보면, 홍석현 주미 대사는 지난 1997년 이학수 삼성 부회장에게 “석조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홍 고검장은 삼성의 ‘검사 관리’ 구실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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