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2001년 3월12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토요판] 커버스토리
한국과의 인연
한국과의 인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생전 우리나라를 두 차례 찾아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의 투옥, 그 공로를 인정받은 노벨 평화상 수상, 대통령 선출 등 삶의 궤적에서 유난히 많이 닮았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만델라’,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인 1995년 만델라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직접 번역해 출판했다. 이 책은 만델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삶 속에 도피생활의 신산함, 투옥의 고난, 죽음의 공포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만델라는 막내딸 진지 만델라를 서울로 보내 자신이 감옥에서 차던 시계를 선물했다. 이 시계는 현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전시돼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그 답례로 유신독재 시절과 전두환 독재정권 때의 망명시절까지 20여년간 사용한 낡은 가방을 선물하기도 했다.
만델라는 2001년 3월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함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만델라를 “20세기의 위대한 양심”,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고난 속에서 입증하신 분”, “화해와 포용만이 모두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고 계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만델라는 “평화가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했다. 4년 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만델라는 ‘우리는 인권을 위해 싸우고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기억합니다’라고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재임기간인 1995년 7월 당시 남아공 대통령이던 만델라를 국빈으로 초청했다. 남아공의 첫 흑인대통령이 되고 나서 1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만델라는 서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국회에서 연설도 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하어영 기자 s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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