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청회서 증설방침 밝혀
“원전 비중을 29%로 늘리리면
설비용량 700만kw 추가 필요”
삼척·영덕 원전 재추진 가능성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불가피…‘제2 밀양’ 사태 우려
“원전 비중을 29%로 늘리리면
설비용량 700만kw 추가 필요”
삼척·영덕 원전 재추진 가능성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불가피…‘제2 밀양’ 사태 우려
정부가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9%로 늘리려면, 기존에 계획한 원전을 다 짓더라도 추가로 필요한 설비용량이 700만㎾라고 밝혔다. 100만㎾급 원전 7기를 더 지어야 하는 꼴이다. 신규 원전은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에 지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송전선로 갈등도 증폭될 수 있어 ‘제2의 밀양’ 사태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송유종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11일 한국전력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안 공청회에서 “2035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이 700만㎾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원전 23기의 설비용량은 2071만6000㎾인데 원전을 짓고 있거나 건설 계획이 나와 있는 11기를 더하면 3600만㎾가 확보된다.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안에 따라 원전 비중 29%를 맞추려면, 2025년부터 2035년까지 700만㎾를 더 늘려서 총 4300만㎾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는 추가로 지어야 할 신규 원전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전력수급 전망과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내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밝히겠다는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그러나 이날 추가로 700만㎾의 원전 설비용량이 확보돼야 한다는 발언은 정부 스스로도 100만㎾급 원전 7기가량을 더 지어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건설 계획이 나오는 원전들이 150만㎾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5기가량은 새로 지어야 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원전 23기에다 16~18기의 원전이 더 늘어나게 되는 모양새다.
정부의 원전 증설 방침에 따라, 새로운 원전 밀집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다. 두 지역은 지난해 신규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삼척과 영덕 지역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2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 이후로 유보한 바 있다.
만일 신규 원전이 최대 7기가 지어져야 할 경우엔, 2025~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해온 대진 1~3호기(삼척)와 천지 3호기(영덕)의 건설이 우선적으로 재추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부지 한 곳에 최소 4기 이상씩 지을 수 있도록 부지를 검토해왔다. 삼척·영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진 4호기, 천지 4~5호기의 건설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공청회장에 삼척과 영덕 지역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위해 몰려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성원기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강원대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도쿄까지 250㎞ 떨어져 있었는데 삼척에서 서울은 190㎞로 더 가깝다. 좁은 국토에다 원전을 많이 지으려다 보니 훨씬 더 위험한 환경에 둘러싸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전 증설에 따른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강원도에는 경북 울진 원전에서 신가평 변전소를 잇는 155㎞ 길이의 765㎸ 송전선로가 깔려 있고, 추가로 신울진 원전에서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선로 설치 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다. 여기에 삼척·영덕에 700만㎾ 규모의 신규 원전이 들어서게 되면 또다른 765㎸ 송전선로 건설이 불가피하다. 원전 외에도 강원 지역에는 6기의 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이런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원전 비중을 29%로 가져가려면 강원도에서 수도권까지 초고압 송전선로가 3개로 늘어날 텐데 이는 (민관합동 워킹그룹의) 전력분과 논의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논의가 된 바 있다. 제2의 밀양사태가 발생할 것이며 발전소를 건설해도 송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상임정책위원도 “원전 비중 29% 안은 정부의 ‘전력시스템 분산화’ 방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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