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엔에 먼저 요청” 해명에도
정확한 시각 안밝혀 논란 확산
일 ‘무기수출 3원칙’ 폐기 기회 줘
비상 대비 탄약 미보유 등도 문제
청와대선 “따로 언급할 말 없다”
정확한 시각 안밝혀 논란 확산
일 ‘무기수출 3원칙’ 폐기 기회 줘
비상 대비 탄약 미보유 등도 문제
청와대선 “따로 언급할 말 없다”
유엔 남수단 임무단(UNMISS·이하 유엔 임무단)의 일원으로 파견된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한테서 탄약 1만발을 빌린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현지에서 한빛부대 지휘관이 판단해 처리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일본 정부의 군사력 강화 시도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25일 “한빛부대장이 부대원 보호를 위해 (먼저) 유엔 임무단에 탄약 지원을 요청했고, 그 뒤 유엔 임무단 차원에서 총탄의 호환성을 고려해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자위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자위대에 먼저 탄약 지원을 요청한 게 아니라 유엔에 문의한 뒤 실무 차원에서 일본에 의사 타진을 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연일 “한국군이 소총탄 지원을 요청했고, 몇시간 뒤 유엔사령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한국군의 요청으로 탄약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21일(현지시각) 한빛부대가 유엔임무단에 요청한 것은 오후이고, 일본에 연락한 것은 그보다 나중인 저녁이라고만 밝힌 채 정확한 시각은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이 유엔보다 일본 자위대에 먼저 연락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 대변인은 “상세한 활동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본 안에선 탄약 지원을 놓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일이 공산국가나 유엔 결의로 무기 수출이 금지돼 있는 나라, 국제 분쟁 당사국 등에는 무기를 팔지 않는다는 ‘무기 수출 3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유엔 평화유지활동에서도 무기·탄약은 협력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도 뒤늦게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며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앞으로 ‘무기 수출 3원칙’을 지킬 것이며, 남수단에서의 육상자위대 철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현지 부대장의 판단을 최우선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장병들의 안전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충분한 탄약을 확보하려 한 부대장의 판단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쟁 지역에 파견된 한빛부대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지 않았던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일본 자위대나 미군이 한국에 지원해줄 만큼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과도 대비된다.
더욱이 우리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는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의 탄약을 제공받기로 한 뒤에도 외교적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빛부대장이 일본 자위대의 탄약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22일 합참에 보고했지만, 국방부나 합참은 이 사안의 ‘정치·외교적 인화성’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22일 합참 의장이 주재한 상황평가회의나 국방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는 남수단 정세만 논의하고 일본의 ‘무기 수출 3원칙’ 파기 가능성 등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국방부와 합참은 확인했다. 현장 지휘관부터 군 수뇌부까지 정무적 판단이 전무했던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지 우리 부대의 안전 문제와 외교적으로 예민한 현안까지 복합된 문제다. 국방부에서 발표한 정부 입장 외에 청와대가 따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어영 석진환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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