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연을 하기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도움을 받아 통역기를 귀에 끼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무라야마 ‘한·일관계’ 강연 내용
“두 나라 사이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정상회담이 실현돼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정의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급격하게 냉각된 한일 관계의 해법에 대해 “양쪽이 기탄없이 대화를 나눈다면 그동안의 오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 정상회담 필요성을 역설했다.
90살의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강연과 기자회견 등의 일정을 소화한 무라야마 전 총리는 먼저 한국과 일본의 현재 관계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 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두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고, 오랜 역사를 공유한 관계로 약간의 앙금이 있더라도 뛰어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8년 고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를 언급하며 “두 나라 정치인들이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무라야마 담화는 국민적 합의로 자리 잡은 것이고, 지금까지 후속내각들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한 것은 국제사회를 향해서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이다”고 담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무라야마 담화(담화)’가 ‘국민적 합의’라는 것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아베 신조 총리를 겨냥한 것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1995년 총리시절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담화의 핵심 내용인 ‘식민지배와 침략으로’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담화를 계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지적에는 “아베 총리가 일본의 침략 사실을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앞서 열린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 주제의 강연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도 명확히 했다. 그는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일본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그는 “뭐라 할 수 없는, 정말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하지만 총리시절 그는 민간이 주도하는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려해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피해보상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기자회견에서 “모금을 통해 일본 국민, 특히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문제점과 일본의 잘못을 알리려 했다”며 “또 당시에 위안부 생존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살아계신 동안 보상과 명예회복을 해드리고 싶었다”고 기금 조성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일본이라는 국가가 책임을 느끼고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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