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방 개혁 계획’ 발표
군 병력 감축·군단 중심 전략 개편
연 7% 예산 증액·전작권 전환 전제
“현실성 없어 현재 구조 유지로 봐야”
군 병력 감축·군단 중심 전략 개편
연 7% 예산 증액·전작권 전환 전제
“현실성 없어 현재 구조 유지로 봐야”
국방부가 6일 내놓은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은 박근혜 정부의 첫 작품이다. 2005년부터 2년6개월마다 내놓게 돼 있는 국방개혁법에 따라 기존 계획을 수정·보완해 발표한 것인데, 이번 계획의 내용을 뜯어보면 전임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핵심 과제들을 다음 정부로 미루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이번 개혁안은 △지상군작전사령부(지작사) 창설 △군 병력 11만1000명 감축 △군단 중심의 부대 구조 개편 등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보면, 국방부는 현재 63만명에서 52만명으로 병력을 감축하면서 적절한 첨단무기를 확보하고 장교와 부사관 등 군 간부 비율을 현재의 29.5%에서 42.5%까지 늘릴 계획이다. 따라서 부사관은 11만6000명에서 15만2000명으로 3만6000명이 늘어나고, 병사는 44만6000명에서 30만명으로, 장교는 7만1000명에서 7만명으로 줄어든다.
이럴 경우 문제는 예산이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에도 병사 감소분을 대신할 3000명의 부사관을 선발해야 했지만 2013년에는 예산 부족 탓에 1500여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기본계획과 정책 실행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기본계획 작성에 관여한 한 국방부 당국자는 “이러다가는 병사들의 군복무 기간을 다시 늘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단 중심의 작전 체계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가까운 근본적인 변화다. 지상군작전사령부의 지원 속에 작전 수행 체계는 사령부 중심에서 군단 중심으로 재편된다. 군단은 현재 8개에서 6개로, 사단은 42개에서 31개로, 기갑·기계화 보병여단은 23개에서 16개로 통폐합된다. 이렇게 부대 수가 줄면서 한 군단이 맡게 될 작전 지역은 너비 30㎞, 길이 70㎞에서 너비 60㎞, 길이 120㎞로 4배 넓이로 늘어난다.
하지만 구조 개편에는 단서가 있다. 북한의 안보 위협과 미국이 갖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의 전환 시기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출 경우 계혁안의 실행 시기는 최소한 5년 정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2015년으로 정해진 전작권 전환 시기를 고려한다는 말은 전작권을 계획대로 넘겨받지 않거나 구조를 개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육군 중심, 병력 규모 중심의 현재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계획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214조원의 국방비 투입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예산은 병력 운영과 전력 유지를 위한 144조원과 방위력 개선을 위한 70조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 예산으로 북한의 비대칭 무기를 탐지·추적해 타격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 이지스함과 3000t급 잠수함 등 기동함대 구축, 차기 전투기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 개발 등을 모두 추진해야 한다. 이를 감당하려면 해마다 국방비를 7.2%씩 늘려야 한다. 그러나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에 따르면, 국방 개혁을 추진한 참여정부 시절 8.8%였던 국방 예산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 들어 5.3%로 떨어졌고,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4.2%로 더 낮아졌다.
이번 기본계획에 ‘능동적 억제’ 전략을 도입한 것도 논란거리다. 국방부는 ‘능동적 억제’가 국지 도발과 전면적 위협을 동시에 대비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도발 징후가 명백하고 임박한 경우엔 국제법의 자위권 범위 안에서 선제적 대응(공격)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백하고 임박한 징후’의 판단은 자의적일 수 있고, 부적절한 선제공격은 전면전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군은 지금까지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응징해 위기 상황을 조기에 종결하고 확전을 방지한다는 ‘적극적 억제’라는 전략을 적용해 왔다. 이번 개혁안은 이를 뒤집은 것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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