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규제 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 합동 규제 개혁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 회의에는 관련 부처 장관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갈비집 사장 등 자영업자 60여 명 등 총 140여 명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회의 전과정이 사상 처음으로 TV로 생중계 됐다. 2014.3.20 /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 대통령 제안 ‘의원입법 심사제도’에 비판 봇물
“기업 규제 없앤다며 삼권분립조차 규제하는 것”
“기업 규제 없앤다며 삼권분립조차 규제하는 것”
“박근혜 대통령, 기업 규제 없애기 위해 의원입법 심의? 이 정도면 삼권분립조차 규제.”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규제 신설의 통로로 여긴 박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한 것이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제와 삼권분립제의 원조인 미국은 행정부의 법안제출권 자체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양산한다며 의원입법 심사제도를 마련하란 것은 의회의 입법권을 약화시키려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거들었다. 한 트위터리안(ha****)은 “헐~그러니까 결국 의원 입법으로 암덩어리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말이네요. 아, 그래서 박근혜가 십수 년 동안 의원을 다섯 번이나 했으면서도 자기 이름으로 입법활동한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거군요~”라고 꼬집었다.
방송 생중계로 점검회의를 지켜보며 “국민바라기 대통령의 국민사랑이 절로 느껴진 회의”(il******), “지난 대통령들 중 이렇게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분은 없었죠. 말뿐이 아닌 강력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것”(Sh****), “실질적 직접민주주의의 ‘새 민주정치’의 틀을 만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 성실성!”(ch****)이라고 칭찬한 이용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상파와 종편, 포털까지 총동원된 생중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문화방송> 해직 언론인 이근행 <뉴스타파> 피디는 “규제개혁이라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 골몰하는 공영방송. 이런 여론몰이 속에서 선거가 공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se*****’를 쓰는 누리꾼은 “오늘 방송 3사와 종편 등을 총동원해 사상 초유의 생방송 쇼까지 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을 재벌과 소수 특권층을 위한 무법천지의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인 듯”이라고 규정했다.
규제를 암덩어리로 몰아가는 담론의 위험성도 지적됐다. 한 누리꾼(at*****)은 “학교 앞 호텔 금지 규제 해제하려는 박근혜. 집회에서 돈 받는 영감님들도 많을 텐데, 그분들 위해서도 집회 제한도 풀지?”라고 꼬집었고 다른 누리꾼(jj****)은 “학교 앞 호텔 건설 규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죄악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유는 젊은이들의 고용창출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고용창출을 위해 차라리 학교 안에 카지노를 두는 게 나을 건데”라고 적었다. 아이디 ‘fa****’를 쓰는 트위터리안은 “있는 규제도 안 지킨 결과가 온 국민이 다 털린 카드대란 사태이고 생때같은 학생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 붕괴사고라는 것. 규제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치부하는 박근혜 스스로의 자기규제가 더 없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 해결사로 나서고 자치단체의 규제를 비판하는 행태는 고도로 계산된 선거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jk****)은 “박근혜가 언제부터 저리 열심히 국민과 소통했지? 저건 합법적인 지방선거 지원 활동 아닌가?”라고 반문했고 다른 누리꾼(co*****)은 “이런 걸 보면 새누리당과 박근혜가 선거는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의 여왕이 괜히 붙은 게 아닌 듯”이라고 했다. ‘Ma*****’의 누리꾼은 “대박!! 규제 개혁 끝장 토론회!!”라며 “지금 규제 개혁 토론회를 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새누리당과 여권 후보들은 큰절 올려야 한다”라고 적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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