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한기호 의원 “좌파 색출” 글 물의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0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 허둥지둥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시민·누리꾼 등을 ‘북괴에 놀아나는 좌파’로 규정하며 ‘발본 색출’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군 장성 출신인 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제정신이라면 이 참사에 대해서 위로의 전문이라도 보내줘야하지 않나?”며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글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8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도하며 “실종자 가족들이 품었을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한국 정부 당국은 깊이 새겨야 한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한 것에 대한 맞대응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최고위원은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입니다.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썼다. 정부의 허술하고 무기력한 대응을 성토하는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의 지적을 ‘북괴의 지령에 놀아’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한 최고위원은 자신의 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페이스북에서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갈무리된 그의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파됐다. 트위터리안 @u****는 “허위사실 유포자를 엄벌한다던데... 일단 한기호씨 부터 수사해야겠군요”라고 비판했다. @Ph************도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와 비판을 종북프레임으로 뒤집어 씌어 모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 최고위원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2년 6월에도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가 십자가를 발로 밟고 넘어가도록 해 천주교 신도들을 가려낸 것처럼,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의 북한에 대한 질문을 던져 종북 국회의원으로 가려낼 수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야당 국회의원 30명에 대해 전향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해 입길에 오른 적이 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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