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초연금법 개정 타협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려고 열린 의총장으로 향하다, 입구에서 기초연금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대표자들을 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의원 반대로 의총서 당론 못정해
지도부, 의원·국민 여론수렴 추진
당 안팎 리더십 부재 비판 높아
지도부, 의원·국민 여론수렴 추진
당 안팎 리더십 부재 비판 높아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28일 의원총회에서 기초연금법안을 통과시키려다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치자,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들의 의견까지 들어 정책에 대한 당의 뜻(당론)을 결정한다는 것인데, 중대한 결정이 곤란할 때마다 ‘여론조사’ 카드를 꺼내는 것은 책임정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6·4 지방선거 기초공천 폐지를 놓고 논란이 일자 국민·당원 여론조사로 공천 여부를 결정해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총에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는 기초연금법 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였다.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단은 지난 16일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기초연금을 연계하겠다는 여당 안에 ‘저소득층을 추가로 배려하는’ 내용을 넣은 절충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동안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기초연금법을 4월에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 전에 기초연금법 통과에 찬성할 토론자를 찾는 등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의총에선 “우리 당 안이 옳다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원칙을 지키자”, “참사 국면에서 기초연금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등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발언한 의원 25명 중 20명이 법안 통과에 반대했고 5명이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병헌 원내대표가 “의원 130명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정책연구원을 통해 일반국민의 여론도 세밀하게 조사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목소리가 높자 김한길 대표가 의총 현장에서 변재일 정책연구원장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따라 29~30일 여론조사를 한 뒤 30일 또는 5월2일 다시 의총을 열기로 했다.
당 안팎에선 지도부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비판이 나온다. 토론을 통해 당내 의견을 모아내지 못하고 여론조사를 동원하는 것은 의사결정 능력과 리더십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의총에서도 전 원내대표가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의원 3명이 “여론조사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결단할 일”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미 두차례 의총을 통해 의원들은 반대 의견을 충분히 개진했다. 여론조사는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정하려면 대표단의 결단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기초연금제도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일도 쉽지 않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여론조사를 하려면 누구라도 곧바로 내용을 알게끔 문구가 쉬워야 한다”며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설문 문구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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