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이 뽑은 내 지역 민심과 의제-③ 인천광역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6·4 지방선거 진단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6·4 지방선거 진단
“인천서 왔다 하면 후지게 봐”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큰 관심
‘세월호 정부 비판’ 표로 연결 미지수 송영길 후보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배심원 11명 가운데 10명이 송 후보가 지난 4년간 ‘시장으로서 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송 후보와 유 후보 지지자가 각각 6명, 5명으로 나타났다. 송 후보에게 호의적이었던 10명 가운데 4명이 유정복 후보 지지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11명 가운데 7명은 이번 세월호 참사 처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심할 정도로 대처를 못했다”(조수일씨), “애초 장관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김민수씨)며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런 의견이 지지 후보 선택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 인천 사람은 인천서 일하고 싶다 “제 대학생 동생은 방학 때마다 남동공단에서 휴대전화 부품 조립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힘들어도 그나마 거기가 돈을 많이 주거든요. 저도 거의 서울서 생활하고, 인천 집에선 잠만 자요.”(박신영씨) 인천 배심원단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역시 ‘좋은 일자리’였다. 인천시는 그간 전통적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했던 자동차산업의 생산규모가 축소되면서 고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었고,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가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김지환씨는 “회사 특성상 알바(아르바이트)생들이 하루 50여명씩 오는데, 왜 취직하지 않고 알바를 하냐고 물으면 ‘직장 다니나 알바 하나 월급이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인천에선 최저시급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서울이나 경기도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기열씨는 “인천에서 일할 수 있다면 보육 문제도 해결되고 출퇴근 시간도 자연스레 단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진호씨도 “대기업과 바이오벤처 등을 유치하면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져 고급 인력도 유입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 재정난 해소와 새도심(부평·계양구 등)과 원도심(동인천·제물포 등) 격차 해소 역시 차기 시장이 해야 할 주요 과제로 선정됐다. 특이하게도 인천에선 ‘지역 이미지 개선’과 ‘문화예술 분야 확충’도 배심원단의 주된 관심사였다. 박신영씨는 “인천에 대한 이미지는 ‘공항 있는 도시’ ‘서울 옆 도시’ 정도인 것 같다. 인천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곁눈질하면서 ‘인천 좀 그렇지 않나…’ 하고 말한다. 슬럼가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천시장 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자기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했다. 인천 송도의 엘엔지 가스공급 기지는 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는 대표적인 위험시설이고, 수도권매립지와 영흥화력발전소 등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도 인천에 여럿 있다. 안전 문제가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날 배심원단은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이슈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이날 참관자로 나선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97년 이후부터는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 이슈가 대두되는 경향이 있는데, 인천 선거 역시 이 흐름 안에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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