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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유정복 예산 끌어오지 않을까” “송영길 공약 피부 와닿아”

등록 2014-05-20 21:33수정 2014-05-21 08:12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배심원단이 뽑은 내 지역 민심과 의제-③ 인천광역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6·4 지방선거 진단
“서울 사람들은 ‘인천에 산다’고 하면 일단 후지게 봐요.”(성용철씨)

인천시 배심원단의 얼굴에 일제히 쓴웃음이 번졌다. “중국서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인천시민이 먼저 마셔요. 나무 좀 많이 심었으면 좋겠어요.”(김민수씨) “인천문화예술회관에 볼만한 공연이 없어요. 서울이나 일산까지 가야 해요.”(조수일씨)

인천시 배심원단 11명은 ‘쇠락한’ 인천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만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인 정부·여당의 무능을 비판한 의견이 많았지만, 동시에 인천 발전을 위해선 집권여당의 ‘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서울·경기 지역에 불고 있다는 이른바 ‘세월호 심판론’은 적어도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 ‘세월호 심판론’ 비켜가나? 인천시장 선거는 6·4 지방선거의 주요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야당의 차세대 대권주자인 송영길 현 시장의 대결은 그 결과에 따라 ‘정권 심판’ 또는 ‘국정 안정’의 주요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에는 ‘재정위기’라는 현실의 벽이 더 높게 솟아 있다.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의 빚은 지난해 말 현재 12조6588억원에 이른다. 심지어 “빚이 많아서 그런지, 교통위반 딱지도 너무 많이 뗀다”(윤연수씨)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이에 배심원단은 인천시장 선거의 정치적 의미보다는, 실리적인 부분을 더 따져보는 모습이었다. 성용철씨는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끌어오려면 (여당인) 유정복 후보가 나을 것 같다”며 유 후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유 후보가 약속한 인천발 케이티엑스(KTX) 신설, 인천~강릉 고속화철도 건설 등 주요 개발 공약들도 이런 맥락에서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조수일씨는 “유정복 후보의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약과 겹친다. 유 후보를 (시장으로) 뽑으면 (대통령이) 해주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송영길 후보는 지난 4년간 부채 관리를 잘한 점과 일자리 30만개 창출, ‘누구나 집’ 5만가구 공급 등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후한 점수를 얻었다. 박신영씨는 “취업전선에 있다 보니 일자리나 주택 등 생활과 관련된 공약을 보는데, 송영길 후보의 공약이 더 피부에 와닿는다”고 말했고, 이연순씨는 “난 여당 편인데, 공약을 보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송 후보 쪽에서 더 많이 걸어서 마음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바람
“인천서 왔다 하면 후지게 봐”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큰 관심
‘세월호 정부 비판’ 표로 연결 미지수

송영길 후보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배심원 11명 가운데 10명이 송 후보가 지난 4년간 ‘시장으로서 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송 후보와 유 후보 지지자가 각각 6명, 5명으로 나타났다. 송 후보에게 호의적이었던 10명 가운데 4명이 유정복 후보 지지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11명 가운데 7명은 이번 세월호 참사 처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심할 정도로 대처를 못했다”(조수일씨), “애초 장관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김민수씨)며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런 의견이 지지 후보 선택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 인천 사람은 인천서 일하고 싶다 “제 대학생 동생은 방학 때마다 남동공단에서 휴대전화 부품 조립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힘들어도 그나마 거기가 돈을 많이 주거든요. 저도 거의 서울서 생활하고, 인천 집에선 잠만 자요.”(박신영씨)

인천 배심원단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역시 ‘좋은 일자리’였다. 인천시는 그간 전통적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했던 자동차산업의 생산규모가 축소되면서 고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었고,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가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김지환씨는 “회사 특성상 알바(아르바이트)생들이 하루 50여명씩 오는데, 왜 취직하지 않고 알바를 하냐고 물으면 ‘직장 다니나 알바 하나 월급이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인천에선 최저시급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서울이나 경기도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기열씨는 “인천에서 일할 수 있다면 보육 문제도 해결되고 출퇴근 시간도 자연스레 단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진호씨도 “대기업과 바이오벤처 등을 유치하면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져 고급 인력도 유입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 재정난 해소와 새도심(부평·계양구 등)과 원도심(동인천·제물포 등) 격차 해소 역시 차기 시장이 해야 할 주요 과제로 선정됐다.

특이하게도 인천에선 ‘지역 이미지 개선’과 ‘문화예술 분야 확충’도 배심원단의 주된 관심사였다. 박신영씨는 “인천에 대한 이미지는 ‘공항 있는 도시’ ‘서울 옆 도시’ 정도인 것 같다. 인천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곁눈질하면서 ‘인천 좀 그렇지 않나…’ 하고 말한다. 슬럼가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천시장 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자기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했다. 인천 송도의 엘엔지 가스공급 기지는 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는 대표적인 위험시설이고, 수도권매립지와 영흥화력발전소 등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도 인천에 여럿 있다. 안전 문제가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날 배심원단은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이슈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이날 참관자로 나선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97년 이후부터는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 이슈가 대두되는 경향이 있는데, 인천 선거 역시 이 흐름 안에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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