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전문가들 비판 잇따라
수십년 병폐 해법 한달새 ‘뚝딱’
박영선 “국회마저 받아쓰란 격”
국가안전처 급조·비대화 지적
여당서도 “현장성·신속성 우려”
전문가들 “지자체 권한 강화를”
성찰없이 핵심부처 흔드는데
여당·장관출신들 편들기 급급
수십년 병폐 해법 한달새 ‘뚝딱’
박영선 “국회마저 받아쓰란 격”
국가안전처 급조·비대화 지적
여당서도 “현장성·신속성 우려”
전문가들 “지자체 권한 강화를”
성찰없이 핵심부처 흔드는데
여당·장관출신들 편들기 급급
해양경찰청 폐지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기능의 대폭 축소 등을 뼈대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 재난시스템 개편 구상이 발표 하루 만에 삐걱대고 있다. 여야는 20일 국회 긴급현안질문과 장외발언 등을 통해 박 대통령 구상의 적절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문가들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는 사전 의견수렴 절차 없이 ‘밀실 논의’ 결과를 ‘깜짝 발표’로 밀어붙인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전체 1만2000명에 이르는 해경 조직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 조직의 3분의 2를 떼어내는 과정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당사자가 걸려 있다. 또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된 내용이라 행정부(정부)가 아닌 입법부(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19일 담화 발표 당시 “결론을 내렸습니다”라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사실상 국회에 통보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새해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 당사자와 국회를 배려한다면 “해경을 해체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옳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법을 한달 만의 기획으로 내놓고, 이를 국회가 처리하라는 건 (박 대통령이) 국회마저 ‘받아쓰기’를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나선 여야 의원들도 해경과 안행부·해수부의 기능이 국가안전처로 집중되는 것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가 무너지니 대학생들 엠티(MT) 없애고, 여객선 사고 나니 수학여행 없애고, 이제는 해경과 해수부까지 폐지하려 한다. 이러면 대통령 혼자 남는다. 국정운영이 가능하냐”고 정홍원 총리에게 따져 물었다. 과거 행정안전부 출신인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도 “재난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현장성과 신속한 집행성이 생명”이라며 “솔직히 총리실 산하 국가안전처가 그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재난 발생시 범부처 차원의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중요하고, 현장 집행적 성격도 강하므로 내각의 팀장 격인 총리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국가안전처의 급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임승빈 명지대 교수(행정학)는 “한곳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정부 부처를 왜 나누겠나. 과거 재정경제원이 금융, 예산, 재정 기능을 모두 갖고 있었지만 아이엠에프(IMF) 위기를 맞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안전관리도 서로 다른 곳에서 견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모두 한곳에 있으면 그게 불가능하다. 오히려 중앙은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에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 정부가 5년 만에 부활시킨 ‘해양수산부’와, 자신들의 대선 공약에 따라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까지 바꾼 ‘안전행정부’를 분리·해체하면서, 제대로 된 반성이나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현 정부 출범 당시 조직개편안을 대표하는 핵심 부서였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옹호가 이어졌다.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지금 안행부에서는 (안전 담당) 차관제로 돼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번에 독립된 안전처로 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일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극찬했다. 자신이 장관을 지낼 때의 시스템이 스스로 비효율적이었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제가 내무부(현 안행부) 출신이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데, 일본은 자치성이 지방자치를 전담하고 있지 지금처럼 안행부 조직에 ‘안전’, ‘구조’를 붙이지 않는다.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됐다”고 옹호했다.
석진환 서보미 음성원 기자 soulfat@hani.co.kr
20일 낮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해양경찰청에 해경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청사 로비 벽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24일 해양경찰의 날 60돌을 맞아 쓴 기념 휘호가 걸려있다. 인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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