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의 공약을 놓고 참신하다는 쪽과 튀는 아이디어만 내놨을 뿐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차별화된 점이 없다’는 반응과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가가 맞섰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내놓은 안전 공약에 “남경필, 김진표 두 사람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있다”고 평가했다.
공약의 출발점은 비슷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은 곳이 경기도이니만큼, 두 후보는 모두 “재난안전망은 생명안전망”이라는 표현을 썼다. 재난 대응 체계 공약도 닮은 점이 많았다. 두 후보 모두 도지사가 총괄책임을 맡고, 현장 지휘관에게 폭넓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남 후보는 재난별 특수성을 고려해 군·경찰·민간기관 등 재난 관련 모든 기관이 참여하는 총괄조정회의를 월례화하고, 김 후보는 특정 재난 및 위기의 정도에 따라 군부대 장비 및 인력 투입 등이 즉시 가능하도록 기관별로 사전 양해각서(MOU)를 맺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두 사람은 확연히 달랐다. 참여정부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김 후보는 현재 중앙정부가 매달 한차례 실시하는 민방위 훈련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분기별로 1회씩 실시하는 재난위기 대응훈련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또 재난안전 분야에서 민·관의 유착관계를 감시할 ‘시민감사관 제도’를 도입해 관피아를 혁신하겠다고 했다. 박인준 교수(한서대)는 “민방위 훈련 대신 지자체가 재난훈련을 꼼꼼이 하자는 취지는 좋은데, 구체적 계획과 예산 마련 방법 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관료 출신인 김 후보가 관피아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남 후보의 공약 가운데는 재난 교육 훈련으로 ‘워게임 재난안전센터’를 만들자는 게 있다. 남 후보는 “재난훈련에 ‘워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제 재난안전 훈련도 전쟁훈련처럼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100억원씩 들여 센터 4곳을 설치·운영하며 공무원·군인·경찰·소방관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교육을 받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 후보는 ‘빅데이터 재난센터’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119, 경찰청, 재난관측소, 시시티브이(CCTV) 분석, 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 범죄 발생 위치정보, 도로교통정보, 핸드폰 문자, 소셜미디어, 블랙 박스 등 재난고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돼 발생 가능성 높은 재난을 미리 예보하고 재난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차량·시설에 대해선 자동으로 신고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워게임 재난대응센터를 만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곳에 예산을 수백억원씩 쏟아부어야 하겠느냐”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백민호 교수(강원대)는 “워게임센터까지 만들어 교육 훈련을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획일적이고 단순한 내용 구성과 각론으로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큰 것을 못보게 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재난센터에 대해선 “이미 재난 관련 정보를 집중하는 흐름은 계속돼 왔는데 이를 빅데이터 재난센터라고 과대포장하는 것 같다”(박인준)와 “그래도 큰 방향에선 옳다”(백민호)는 의견이 맞섰다. 김 후보가 안산을 ‘힐링도시’로 지정해 정신건강치유센터 설치, 생계 및 의료지원 등을 강화하자고 한 데 대해서 최창식 교수는 “시의적절하다”면서도 “워낙 도시 전체가 상처를 크게 입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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