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다운 공약’(유정복), ‘서민형 공약’(송영길)
전문가들이 인천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의 안전공약들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는 호평을 받은 동시에 “새로운 게 전혀 없다”는 혹독한 비판도 받았다.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대해선 “서민을 위한 공약은 있으나 글로벌 도시를 위한 비전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천시장 후보 출마 직전까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던 유 후보는 안행부의 안전 정책 기조 위에서 공약을 만들었다. 유 후보는 자신의 임기 내에 인천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하는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시설·사고건수·시시티브이(CCTV) 정보 등을 담은 인천종합안전지도를 제작하겠다고 했다. 또 인천시 직제를 개편해 안전총괄단을 신설하고 안전전담부서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백민호 교수(강원대)는 “안전총괄단을 만드는 것은 지속성을 위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안전종합지도는 이미 안행부가 추진해오던 사업이고, 세계보건기구 국제안전도시 인증도 기존에 수원·제주·삼척시 등이 받은 것이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 안전도시는 재난 안전 보다 자살률 등 보건복지 분야의 안전과 관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인준 교수(한서대)는 “공약을 단기·중기로 나누고 예산을 국비·시비로 가른 점도 눈에 띈다”고 관료 특유의 꼼꼼한 스타일에 주목했다.
송영길 후보는 국가의 안전대책이 미흡해 사고를 당한 서민들에게 긴급 생계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시민안전자금 1000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내세웠다. 송 후보는 4000가구 이상의 위기 가정이 안전자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치료·재활·상담 등을 제공하는 데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송 후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재난·범죄·사고 등에 대한 위험평가제를 도입하고, 위험도 높은 지역·시설 등에 개선을 권고하되 이행이 안되면 시장 직권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안전지도 도입 등은 유 후보 공약과 비슷했다.
송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혹하다. 서민들을 위한 지원 계획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송도 신도시를 국제첨단도시로 가꿔나가겠다고 약속해온 송 후보가 정작 안전 공약엔 그에 걸맞는 안전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민호 교수는 “인천은 과거 1950~60년대엔 급속도로 성장했고, 지금은 미래 도시를 지향하는 도시다. 내진설계, 초고층 건물 관리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 후보가 해양사고와 관련된 국가 사무를 지방 사무로 이관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전문가들 모두 제동을 걸었다. 송 후보는 “현장을 잘 알고 조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인천시는 해양안전 업무에 배제돼 있다”며 “인천시민, 인천 앞바다의 안전을 시장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이라는 관점에선 바람직하나 안전업무를 조정하는 중앙부처와의 관계를 고려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