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잠복해있는 여론조사
인천 여권 아직 결집 여지
부동층에서 여당 기대 높아
인천 여권 아직 결집 여지
부동층에서 여당 기대 높아
지방선거가 막판에 여야 초박빙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부동층, 이른바 ‘숨은표’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론조사의 맹점 가운데 하나가 ‘지지후보 없음’과 ‘무응답’을 합한 부동층이 실제 투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0%포인트 이내의 초박빙 접전지역에 부동층이 20% 이상 존재한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조사한 여론조사의 ‘숨은표’(부동층)를 좀더 들여다보면 초박빙 지역에선 겉으로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를 실제론 뒤집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은 현 시장인 송영길 후보(새정치민주연합)가 유정복 후보(새누리당)에 비해 10%포인트 정도 우세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유정복 후보인 만큼 여권 지지층의 막판 결집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유 후보 지지가 76.5%로,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송 후보 지지(87.7%)에 비해 낮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결집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인천 지역 17%의 부동층을 분석해 보면, 이들 가운데 ‘힘있는 여당 후보로 바꿔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8.2%로, ‘송영길 현 시장이 재선되어야 한다’(8.2%)는 응답보다 높았다. 부동층 가운데 사실은 유 후보를 지지하고 있거나, 아니면 막판에 유 후보로 갈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경기 지역은 여야가 뒤바뀐 듯한 후보의 이미지로 인해 지지층 결집 못지않게 상대 당 지지층을 누가 더 끌어올 수 있는가 하는, ‘표의 확장력’이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한겨레 조사에선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5.6%포인트 앞선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새누리당이 더 유리한 적극투표층에선 오히려 격차가 2.4%포인트로 줄었다. 부동층도 26.6%로 수도권 3군데 중 가장 높다. 경기 지역 부동층의 경우, 이번 선거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정부 여당 견제론’(30.1%)이 ‘국정운영 안정론’(24.8%)을 앞서 야권 지지가 다소 우세하다. 적극투표층과 부동층 양쪽 모두에서 미세하지만 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선 남 후보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부산과 광주도 숨은표의 향배에 따라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부산은 한겨레 여론조사에선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10.5%포인트 우세하지만, 적극투표층에선 8.5%포인트로 격차가 줄어든다. 또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33.9%에 머물렀지만, 새누리당 지지율이 45.2%에 이르러 선거 막판에 서 후보가 약진할 가능성은 온존해 있다. 오 후보는 새누리당 지지세가 높은 50대에서도 서 후보와의 격차가 크지 않은데, 결국 투표율 높은 50대 표심이 열쇠를 쥐고 있다. 최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는 이 지역 중장년 여권 지지층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다.
광주에선 부동층이 25.4%였다. 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에 광주에서 4명 가운데 1명이 부동층이라는 건 퍽 드문 현상이다. 두 후보는 34.4%(윤장현 새정치연합 후보)와 33.3%(강운태 무소속 후보)로 팽팽하다. 그런데 ‘전략공천 잘못’(44.8%)이라는 응답이 ‘무소속 출마 잘못’(30.8%)이라는 응답보다 더 높다. 강 후보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윤 후보 지지율보다 훨씬 더 높은 55.6%다. 윤 후보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부동층 비율이 30%가 넘는 20~30대 표심이 관건이다.
이들 지역과 달리, 서울은 새정치연합의 박원순 후보가 안정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율이 50%를 넘고 있으며, 야권이 절대 열세를 보여왔던 강남 지역과 50대 연령층에서도 지지도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67.6%라는 높은 서울시장 직무평가가 지지도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19살 이상 29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유선전화면접 50%와 휴대전화 패널데이터베이스 50%를 혼용해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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