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에서 열린 ‘제36회 황해도민의 날’ 기념식을 찾아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정 후보, 강남 지역 유세서 ‘지역감정’ 유도 발언
“강남에서 박원순이 이겨…가슴에서 피가 납니다”
“강남에서 박원순이 이겨…가슴에서 피가 납니다”
영·호남 지역 감정이 아닌 ‘강남·북 지역감정’?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 지역 선거유세에서 ‘강남·북 지역 감정’을 유도하는 발언을 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보면, 정 후보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역 앞 선거유세에서 “어떻게 여론조사를 하면 강남에서 박원순이 정몽준을 이깁니까? 되겠습니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이날 “최근에도 (여론조사)를 보면, 강남에서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크게 이기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 기분이 어떠세요? 기가 막히세요? 저는 가슴에서 피가 납니다. 그렇게 안 되게 해주실 거죠?”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여당의 표밭인 강남 주민들의 표심을 자극해 선거유세 후반 표 결집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강남·송파·서초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몰표에 힘입어 한명숙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단 0.6% 포인트 차이의 접전을 펼친 선거전에서 강남 3구는 전체 지지율과는 달리 오 전 시장에게 50%대, 한 전 총리에는 30% 중·후반대의 지지를 보인 바 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을 안 해주고 있다”며 “박원순 후보가 죽인 건설경기 제가 확실히 살리겠다”며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지지유세에 나선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최근 류현진 선수의 경기를 빗대 강남의 표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류현진 선수가) 퍼펙트 게임을 하려다 8회 안타를 맞았어요. 그리고 추가 안타를 또 맞은 거예요. 그 때 류현진이 한 말이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나를 주저앉히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립시다. 어떤 분들이 그래요. ‘여론조사가 조금 안 좋은데’라고. 특히 강남이 안 좋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그러냐면요. 저희가 심층조사를 해봤습니다. 정몽준 후보가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 쪽의 ‘강남 지역감정 부추기기’에 대해 ‘어이를 들라하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누리꾼은 “한반도를 가르는 지역색도 모자라 이젠 서울시민들까지 지역색으로 물들이려는 한다”며 “시장이 되겠단 사람이 시민을 하나로 모을 생각은 않고, 개인의 사익을 위해 시민들을 이간질 시키는 대사를 아주 대놓고 하고 다닌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누리꾼 ‘구름천사님’역시 댓글을 달아 “서울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네.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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