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지시후 설치 허용하기도
대부분 이름 알릴 기회 적은
군소정당 후보들이 대상
대부분 이름 알릴 기회 적은
군소정당 후보들이 대상
6·4 지방선거에 경기도의회 의원 고양시 지역구에 출마한 홍원표(42·노동당) 후보는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함께 만들겠습니다’라고 쓴 홍보 펼침막을 시내 지하차도 근처에 내걸었다. 과거 선거 때도 원내 정당들이 펼침막을 내건 장소였다. 그런데 최근 고양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펼침막이 도로를 가로질러 설치됐다. 적법하지 않은 곳이니 철거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홍 후보는 “예전에도 펼침막이 걸렸던 곳이다. 앞으로 다른 선거에도 혼란이 없으려면 유권해석을 해서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자 선관위 태도가 바뀌었다. “펼침막 사진을 잘못 봤다. 설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철거 요구부터 한 셈이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펼침막 설치 등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두고 출마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이름 알릴 기회가 적은 군소 정당 후보들이 대상인 경우가 많다.
서울시의회 양천 지역구에 출마한 황종섭(29·노동당)씨는 ‘자치회관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양천구청의 펼침막 근처에 자신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구청 펼침막이 있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양천구선관위는 ‘도로를 가로지르는 곳’이라며 “최대한 빨리 철거하라”고 했다. 선거 일정상 철거가 어려웠던 황 후보 쪽에서 ‘그럼 벌금을 내겠다’고 하자, 선관위는 “마지막 경고”라며 슬쩍 발을 뺐다.
기초의회 선거에 출마한 녹색당의 한 후보도 다른 당 후보의 불법행위를 선관위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꼬치꼬치 따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한 군소 정당 후보는 2일 “선거 규정이 너무 자주 바뀌다보니 선관위 직원들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로 인한 피해를 주로 군소 정당 후보들이 본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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