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50·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6·4 민심 l 광역단체장 당선·유력자들]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자리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제주의 꿈을 현실의 정책수단으로 담아내는 자리입니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정신으로 도민의 참여와 협치를 실천하겠습니다.”
원희룡(50·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자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출마 선언 이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그의 지지율은 선거 막판까지도 견고했다. “제주발 선거혁명을 만들겠다”고 밝힌 그는 선거대책본부나 유급 선거사무원을 두지 않고 자원봉사자들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의 당선으로 20여년 동안 제주도 정치를 주물러온 우근민·신구범·김태환 등 이른바 ‘제주판 3김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들은 임명직 때인 1991년 8월부터 지금까지 많게는 5차례(우근민), 적게는 2차례(신구범·김태환) 지사직을 맡아 제주도정을 이끌면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고,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 원 당선자는 이를 의식해 “제주 사회를 분열시키고 반목시켰던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의 구태가 청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당선자의 승리에는 당선자 개인의 정치적 상품성과 함께 세대교체 바람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약이나 정책도 세대교체 분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제주판 3김’에 대한 도민들의 거부감과 변화에 대한 바람이 이번 선거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도지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제주와 서귀포 행정시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고, 전문가와 도민이 참여하는 협치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선거운동에 나선 지지자들에게 선거 이후 자리나 이해관계를 바라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은 원 당선자가 이를 얼마나 지킬지도 관심거리다. 제주도지사를 발판으로 대통령 꿈을 꿀 수 있을지는 앞으로 4년 동안 제주도정 수행 능력에 달려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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