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저녁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서구 내당동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을 나서며 울먹이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구/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6·4 민심] 대구
“김 후보 좋아하고 바꾸고 싶지만 미워도 새누리 밀어줘야” 표심
지역주의 견고한 벽 확인…“광역서 40% 가까운 지지 큰 의미” 평가
“김 후보 좋아하고 바꾸고 싶지만 미워도 새누리 밀어줘야” 표심
지역주의 견고한 벽 확인…“광역서 40% 가까운 지지 큰 의미” 평가
“김부겸 후보가 참 아깝네. 새누리당이 너무 독식을 해왔어. 이번에 대구시장으로 김부겸이를 뽑아 새누리당이 정신이 버쩍 들도록 해야 하는데….”
지역주의의 벽은 견고했다. 김부겸(56)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또 한번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2012년 4월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과 맞붙어 40.4%를 얻고도 떨어진 지 2년여 만이다.
김 후보는 지난 3월24일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한 뒤 ‘박정희 마케팅’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경북도청이 옮겨가는 대구시 북구 산격동 노른자위 땅 20만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겠다고 공약했고, ‘대통령 박근혜, 대구시장은 김부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구 시내 곳곳을 누볐다. “여당 대통령과 야당 시장이 힘을 합치면 못 할 게 없습니다. 침체에 빠진 대구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보수층을 파고들었다.
대구 도심지인 동성로에서 그가 “김부겸이 당선되면 대구만 바뀌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바꾸는 선거 혁명이 일어난다”고 외치자 수백명이 “김부겸”을 연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후보는 유세차를 타고 수성구 지산동·범어동·황금동, 동구 각산동·방촌동 등지를 돌다가, 시민들이 10여명만 모여 있는 곳이면 내려 게릴라식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아파트 창가나 차량 유리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후보 쪽은 “고생한다며 먹을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시민들도 있었고, 꽃을 들고 유세장을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아직도 서민층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지지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장수(55·회사원)씨는 “김부겸 후보를 좋아하고 바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미워도 다시 한번 새누리당을 밀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기초의원에 출마한 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좁혀졌다고 했지만 선거 현장을 다녀보면 야당 지지율이 30%를 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8일 새누리당에서 터져 나온 부산 가덕도 신공항 유치 발언 이후 대구 시민들이 새누리당에 크게 반발하면서 권영진(51) 새누리당 후보와 김 후보의 격차가 4~5%포인트까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알려지기도 했다. 비상에 걸린 새누리당은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을 총동원해 김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앞으로 더욱 반성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읍소하며 자세를 낮췄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후보의 추격에 위협을 느낀 새누리당이 선거 막판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고 모든 조직을 가동하면서 권 후보의 지지율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가 얻은 40%가량의 지지율은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광역시장을 뽑는 큰 선거에서 40%의 지지율은 의미가 적지 않다. 새누리당 독식이 이제는 깨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대구에서도 이제 야당도 인물만 되면 당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2012년 총선 때 경기 군포 지역구를 버리고 야당 황무지나 다름없는 대구로 내려온 김 후보는 이번에 두번째 실패를 맛봤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김 후보는 2016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세번째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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