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 불러 현안 논의
여당 ‘신상문제 비공개’ 주장…야당 “검증 무력화 꼼수”
여당 ‘신상문제 비공개’ 주장…야당 “검증 무력화 꼼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인사청문회와 세월호 후속 입법 대책 등 국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따로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50분간 박 대통령과 면담한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법안 처리 계획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따른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했고, 박 대통령은 주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데 이어 8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안이 국회에 제출된 다음날 박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와 전격 회동한 만큼,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여당이 앞장서 관철하라는 당부가 전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대통령이 당부 말씀이 있었는데, 특별히 공개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에서 본인이 갖고 있는 철학이나 가치를 검증하기보다는 이른바 ‘신상털기’ 식에 집중하다 보니 운영 면에서 하자가 있다는 고민을 (박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하고, 공개적으로 능력과 자질, 철학, 가치 문제를 공개해 국민이 판단 기회를 갖는 청문회가 없을지 야당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앞서 미리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비친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사청문회 제도와 관련해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는 비공개로 검증하고, 공개 청문회에선 업무 수행 능력만 검증하는 방식의 청문회 이원화를 여야가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부적격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고, 정당한 검증 절차를 정쟁으로 둔갑시켜 후보 검증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꼼수”라고 말했다.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를 비공개로 검증하자는 주장은 ‘2연속 총리 후보자 낙마’에서도 알 수 있듯 당국의 인사 시스템이 허술한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등이 인사청문회 전 3개월여 동안 전방위적인 검증을 통해 ‘티끌’까지 찾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청문회 전 검증은 너무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자 고위공직자의 임무”라며 “(미국의 경우) 이런 유리알 검증이 국민이 정부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게 하는 요체라고 생각한다”고 인사 시스템의 강화를 주장했다.
김수헌 이승준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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