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늘리기로…의원 정수는 그대로
현역의원 동의 안할것 …한나라 논의반대도 변수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가 14일 자체적으로 마련한 선거제도 개편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논의의 장을 만들어 선거구제 논의를 ‘외면’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끌어들이겠다는 공세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여당 정개특위는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쪽으로 큰 가닥을 잡았다.
현행 ‘소선거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왜곡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례대표가 전체 의석(299석)의 18.7%인 56석에 불과한 대목에서 우선 그렇다. 특히 각 정당의 의석과 득표율을 견주어 보면 왜곡현상은 좀더 분명해진다. 17대 총선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38.3%의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전체 의석의 51.4%를 차지했다. 한나라당도 35.8%의 정당 지지율로 전체 의석의 40.5%를 얻었다.
비례성을 높이자면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의원 정수를 지금의 299명에서 더 늘리거나, 의원 정수는 묶어 두고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것이다. 정치권 일부와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의원 1인당 인구수가 16만명으로, 미국·일본 등 선진 24개국의 평균인 8만명보다 월등히 많다며 의원 정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왔다.
그러나 여당 정개특위는 지역구 의석비율의 축소 쪽을 선택했다. 민병두 정개특위 간사는 “지역과 비례 간 의석수를 2.5 대 1 또는 2 대 1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역 의원들의 뼈를 깎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국민보다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현재의 지역구 의석을 243석에서 200석 정도로 줄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지역구 의석 축소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정치학)는 “현역 의원들의 직접적 이해가 걸린 지역구 축소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선거구제 논의 반대 태도도 변수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지금은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정국이 선거구제 개편 논의로 급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에 대비해 나름의 ‘대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구제는 어떻게 될까?=여당 정개특위는 구체적인 선거구제 개선안으로 ‘도·농 혼합형+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독일식 혼합형(지역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농 혼합형은 도시에선 1개 지역구에서 2∼5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실시하고, 농촌 지역에선 지금과 같이 1개 선거구에서 1명씩을 뽑는 안이다. 그러나 도시의 경우, 아주 적은 표로도 당선될 수 있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피해가기 어려운 게 문제다. 독일식은 먼저 정당 투표를 통해 각 당의 전체 의석수를 정하는 방식이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는 한다. 하지만 지역 독식 현상의 극복과 여야 합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이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선거구제는 어떻게 될까?=여당 정개특위는 구체적인 선거구제 개선안으로 ‘도·농 혼합형+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독일식 혼합형(지역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농 혼합형은 도시에선 1개 지역구에서 2∼5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실시하고, 농촌 지역에선 지금과 같이 1개 선거구에서 1명씩을 뽑는 안이다. 그러나 도시의 경우, 아주 적은 표로도 당선될 수 있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피해가기 어려운 게 문제다. 독일식은 먼저 정당 투표를 통해 각 당의 전체 의석수를 정하는 방식이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는 한다. 하지만 지역 독식 현상의 극복과 여야 합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이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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