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된 지난해 11월4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앞에서 직원들이 나와 국회의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트위터계정 파일’ 증거 불인정 파장
“메일은 썼지만 첨부파일 몰라”…국정원쪽 황당 주장
법원, 대선개입 글 78만여건 중 상당수 증거 채택안해
‘조직적 활동’ 입증 변수…검찰선 “원세훈 유죄 문제없어”
“메일은 썼지만 첨부파일 몰라”…국정원쪽 황당 주장
법원, 대선개입 글 78만여건 중 상당수 증거 채택안해
‘조직적 활동’ 입증 변수…검찰선 “원세훈 유죄 문제없어”
법원이 ‘이메일은 내가 썼지만, 첨부 문서는 누가 썼는지 모른다’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가당착’식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 검찰은 핵심 증거들이 여전히 많아 유죄 입증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칫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건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 재판 내내 비협조한 국정원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전자우편에 첨부된 ‘시큐리티’ 문서와 ‘425지논’ 문서를 “김씨가 썼는지 불명확하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두 문서는 김씨가 자신의 메일에 로그인해 ‘내게 쓴 메일’로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다. 김씨는 두 문서를 자신이 첨부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누가 작성한 문서인지는 모르겠다는 모순된 주장을 수사와 재판 내내 거듭해왔다.
이 파일의 증거 인정 여부는 재판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시큐리티’ 문서에는 국정원 트위터팀 소속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276개가 기록돼 있다. 검찰은 이 계정을 근거로 트위터 글 78만6698건을 유죄의 증거로 재판부에 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시큐리티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78만건 중 상당수가 증거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국정원은 자가당착적인 주장을 들고나왔다. 지난 3월 김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메일을 쓴 건 인정하지만 첨부 파일을 작성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자신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뒤 원세훈 전 원장 쪽도 “당사자가 작성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므로 ‘시큐리티’ 문서를 증거로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김씨가 업무상 작성한 문서이므로 당사자가 인정하든 않든 ‘시큐리티’ 문서를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1심 법원 논리가 확정된다면, 당사자가 작성했다는 간접증거가 충분하더라도 무조건 부인하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 무죄 가능성 떠올랐다? 검찰은 다소 난감해하면서도 상황이 아주 불리해지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시큐리티’에 들어 있는 문서들을 통째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도, 그 안의 트위터 계정 100여개에 대해서는 국정원 직원들을 통해 사용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계정으로 작성한 트위터 글 약 30만건도 여전히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원 전 원장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검찰은 선거 개입 혐의를 받는 트위터 글을 최대한 확보하려 노력해왔다. 방대한 양의 트위터 글 수는 곧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트위터 활동을 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트위터 글 수가 줄어들면 ‘이 정도 양으로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는 국정원 쪽 논리가 탄탄해질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트위터 글을 추가 증거로 제출하기 전) 댓글 73개만으로도 선거법 위반죄가 된다고 보고 기소하지 않았느냐. 트위터 글 개수가 줄어드는 건 부차적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원이 국정원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가 영 개운치 않다”고 우려했다.
이경미 김원철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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