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 파일속 계정 200여개 효력잃어…대선개입 글 대폭 줄듯
법원이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트위터를 이용해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원세훈 전 원장 등 고위 간부들의 재판에서 이들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문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국정원 직원의 ‘모르쇠’ 때문인데, 형식적인 법논리에 가로막혀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려워질까 우려된다.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30일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SNS 담당) 소속 직원 김아무개씨의 네이버 계정 ‘내게 쓴 메일함’에 있는 전자우편에 첨부된 ‘시큐리티’(ssecurity) 문서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파일에는 안보5팀 직원 22명 등의 이름과 트위터 계정 276개, 계정 비밀번호 등이 적혀 있다. 트위터 계정 만드는 법, 트위터 운영 방법, 팔로어 늘리는 법도 쓰여 있다.
재판부는 김씨의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를 형사소송법상 작성자가 ‘내가 작성했다’고 증언해야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서로 간주했다. 김씨는 이를 노려 법정에서 전자우편 본문은 작성했다면서도 첨부파일에 대해서는 “누가 작성한 문서인지 모르겠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씨가 법정에서 파일을 직접 작성했다고 인정해야 증거로 쓸 수 있다”며 파일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내용에 맞춰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 띄울 주요 문구와 트위터 계정들을 기재한 ‘425지논’ 파일도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배척됐다.
애초 검찰은 트위터 기초계정 269개(자동프로그램 계정 포함시 총 1157개)로 작성된 선거·정치 개입 트위터 글 78만6698건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상당수가 증거능력을 잃게 됐다. 김씨의 또다른 이메일 본문에 포함된 계정 30개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인정한 계정 100개가량만 증거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이 경우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 트위터 글은 기소 대상의 30%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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