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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법조계 일부 “국정원 트위터 계정 증거능력 적극 따졌어야”

등록 2014-07-01 21:57수정 2014-07-01 23:33

윤석열 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2013년도 서울고검·서울지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한 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앞줄 오른쪽 두번째) 뒤로 걸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원 ‘계정 증거 불인정’ 논란

법원 “작성자 알수없다” 밝혀
검찰 “존재 자체로 범행입증 증거”

왕재산 사건 재판부
한 문서 놓고 증거 인정 엇갈려

성매매 고객명단 문건은
작성자 동의 불문 증거 인정
지난 30일 국가정보원이 정치·선거 개입에 쓴 트위터 계정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법원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들을 적은 문서에 대해 “작성자를 알 수 없다”며 증거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정원 ‘트위터팀’(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김아무개씨의 이메일에 첨부된 ‘시큐리티’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이 팀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비밀번호, 직원 이름 및 김씨가 언제 어디서 트위터 활동을 했는지 등이 기록돼 있다. 팀원들이 이 계정들을 사용해 트위터에 대선 등 정치에 개입하는 글을 올려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는 게 원세훈(63) 전 원장을 비롯한 전직 국정원 간부들의 공소사실 요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문서를 ‘진술증거’(진술 자체를 증거로 삼는 것)로 봤다. 당사자가 경험한 사실을 적어놓은 문서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ㄱ이 살인사건을 보고 그날 저녁 일기장에 이를 적었다면, 일기장은 진술증거가 된다. 이게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ㄱ은 법정에 나와 “일기장을 내가 쓴 게 맞고, 사실에 부합한다”고 확인하는 증언을 해야 한다. 전해 들은 얘기 수준이라면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전문법칙’ 때문이다.

진술증거와 상대되는 개념은 ‘비진술증거’다. 물적 증거 또는 공문서 등 ‘전문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고 피고인의 증거 동의도 필요없는 증거다. 즉 비진술증거보다 진술증거가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같은 문서라 해도 비진술증거로 볼지 진술증거로 볼지 판단이 갈리기도 한다. 2012년 ‘왕재산 사건’에서는 피고인 컴퓨터에서 북한으로부터 받았다는 지령문 등이 압수됐다. 법원은 이 지령문을 국가기밀 탐지·수집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비진술증거로,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 등에 대해서는 진술증거로 봤다. 국가기밀 탐지·수집에 대해서는 그런 문서가 컴퓨터에 있다는 것만으로 죄를 인정할 수 있지만, 반국가단체 결성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문서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에 대해 논문을 쓴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 사건의 경우, ‘시큐리티’ 문서에 작성자의 행적이 기록돼 있다면 진술증거이므로 전문법칙이 적용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이 문서를 트위터팀의 ‘범행 도구’(트위터 계정)가 적혀 있는 비진술증거로 보는 게 검찰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기업을 압수수색해서 배임·횡령 범죄를 입증할 업무보고서와 메모장 등을 가져왔다고 치자. 그 메모장에 차명계좌 내역이 적혀 있다면 메모장은 존재 자체로 범행을 입증하는 비진술증거”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애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김씨 등을 체포하자 ‘국정원 허락 없이 압수수색한 것은 불법’이라며 압수수색 절차를 문제삼았다. 그러다 재판 도중 김씨 이메일의 첨부문서는 비진술증거가 아니라 진술증거라는 논리를 새롭게 들고나왔다.

수사팀은 문제의 문서가 김씨가 작성한 이메일에 첨부된 점, 문서 내용이 김씨가 작성한 다른 이메일과 상당히 겹치는 점, 문서로 드러나는 7개월간 김씨의 행적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가 일치한다는 점 등을 강조해 왔다. 김씨가 ‘나는 모르는 문서’라고 주장해도 다른 객관적 증거에 의해 김씨가 만든 게 입증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성매매업소 여성들이 만든 ‘고객 명단’ 등도 작성자의 증거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비진술증거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2007년 성매매 여성들이 영업에 참고하려고 남성들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및 성매매 방법을 적어 메모리카드에 입력해둔 것에 대해 ‘영업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해당한다며 증거로 인정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검찰은 국정원 트위터팀 업무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것인데 트위터 계정과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차원의 문건이라면 충분히 ‘업무상 문서’로 봐 증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 증거로 검찰이 제시한 트위터 계정들 중 70%가량은 증거로 쓸 수 없게 됐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공무원이 자기가 작성한 메일에 첨부한 파일을 ‘누가 썼는지 모른다’면서 꼼수를 부리면 그 문서가 누가 만든 건지 밝히도록 요구하거나,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문서는 아닌지 더 적극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김선식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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