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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 대 박’…여성 리더 시대 어디로?

등록 2014-08-05 20:17수정 2014-08-05 22:10

박근혜 대통령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7월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대통령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7월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재보선 이후 박 대통령, 협조 압박
박영선, 야당 살리기 몰두…각 세워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에서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했다. 7·30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정부와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권은 무엇보다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는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가 돼 달라는 것이 민의였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은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가 아니었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비슷한 시각인 오전 10시30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는 7·30 재보선 참패로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박영선 위원장이 카메라 앞에 섰다. 박영선 위원장은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을 안고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 4개월여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한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침내 여야 영수를 여성이 모두 차지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우리나라 정치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 자리에 동시에 오른 것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당분간 대한민국 정치는 박씨 성을 가진 두 여성이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두 사람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풍토를 만들어내면 정국은 해빙기를 맞고 국정은 순조롭게 풀린다. 반대로 기싸움을 벌이며 맞서면 정국은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

지난달 10일 박영선 원내대표 취임 뒤 이뤄진 두 사람의 청와대 회동은 일단 화기애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 탄생을 축하했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첫 여성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화답했다. 우호적인 분위기는 6·4 지방선거 결과가 무승부로 나온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처지는 7·30 재보선 이후 크게 달라졌다. 선거 승리로 기세가 오른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경제 살리기’ 법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당분간 침몰 위기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 살리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우선순위가 엇갈리는 것이다.

당분간 여야관계는 화해보다 대치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박영선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박근혜’라는 단어를 두 번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법과 원칙만을 강조한다면 여기에 더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행동하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했다. 일단은 집권세력과 확실히 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박영선 위원장의 ‘기본’이 정면으로 부닥치면 어떻게 될까?

두 정치인의 인생역정과 기질이 여야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의 딸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청와대를 나온 뒤 오랫동안 ‘비련의 공주’와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정치에 투신해 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까지 올랐다. 그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차갑다.

반면 박영선 위원장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다른 열정과 도전으로 지금의 성공을 일궜다. 그의 성격은 뜨겁다. 불같은 기질 때문에 가끔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킨다. 두 사람의 성격을 ‘얼음’과 ‘불’로 비유할 수 있다.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얼음과 숯의 성질이 정반대여서 서로 용납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서로 화합하기 어려움을 이름)이라는 말이 있다.

어쨌든 두 여성 정치인의 운명은 이제 좀더 복잡하게 얽혀들게 됐다. 두 사람이 실패하면 ‘정치인의 실패’가 아니라 ‘여성의 실패’로 잘못 해석될 우려가 있다. 정가의 원로급 인사는 얼마 전 박영선 위원장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 때문에 같은 여성인 박영선 의원이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일도 있다.

지난 5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선거가 한창일 때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두 박씨 여성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울 것”이라고 뼈가 있는 농담을 하고 다닌 일이 있다. 박영선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막기 위해서였다. 박영선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지금 그 중진 의원은 뭐라고 할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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