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긴급 전군 주요지휘관회의가 열려 박근혜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0년 강원도 화천 27사단 근무 중 자살한 여군 심아무개 중위의 사망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한 결과, 상급자의 성희롱이 자살과 관련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방부는 당시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가해자에게 ‘구두 경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봉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13일 “군 내부의 과거 수사·감찰 기록을 확보해 살펴보니, 대대장인 ㄱ아무개 소령이 심 중위를 상대로 부적절한 성희롱 발언을 해왔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특히, “이러한 ㄱ소령의 행위는 당시 사망사고 수사 및 내부 제보에 따른 감찰조사를 통해 모두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당시 사단장은 ㄱ소령을 구두경고 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방부는 심 중위의 자살을 ‘남녀 간 애정 문제 탓’이라고 결론 내리고 지난해 ㄱ소령을 중령 진급예정자로 발탁까지 했다.
권익위는 지난 5월 심 중위의 어머니가 고충민원을 제기해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ㄱ소령이 지난 4월 인천 소재 부대에서도 여군 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 및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심 중위 사건의 재조사를 결정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심 중위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부적절한 조사와 징계가 제2의 성희롱 사건을 일으키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ㄱ소령의 성희롱이 심 중위 사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최종 결정되면, 심 중위에 대한 순직 인정을 국방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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