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이어 원희룡도 ‘작은 차 타기’ 나서
‘쏘울EV’로 변경…지자체장 중 첫 전기차 도입
경기·제주지사, 협치·연정, 관사개방까지 닮은꼴
‘쏘울EV’로 변경…지자체장 중 첫 전기차 도입
경기·제주지사, 협치·연정, 관사개방까지 닮은꼴
새누리당 내 개혁파이자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지사에 당선돼 나란히 ‘협치’와 ‘연정’을 내세우더니 이번에는 ‘작은 차 타기’에 나섰다. 정책과 스타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양새다.
제주도는 원 지사가 15일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관용 전기차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가 이용하는 전기차는 기아자동차의 ‘쏘울EV’(사진)다.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용하는 차도 ‘쏘울’이지만 전기차는 아니다.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2500㏄ 이상의 대형 승용차를 관용차로 이용하는게 관례다. 이전까지 제주도지사 관용차도 체어맨(3200㏄)이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취임 이후 체어맨을 타지 않고 선거 때부터 이용했던 카니발(2200㏄)을 이용해오다 이번 준중형으로 분류되는 쏘울EV로 바꿨다. 체어맨은 의전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원 지사가 타는 쏘울은 판매가격이 4250만원으로 웬만한 대형 자동차보다 비싸지만, 보조금 2300만원(국비 1500만원, 지방비 800만원)을 받으면 195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원 지시가 광복절부터 전기차를 타는 의미를 두고 ‘에너지 독립을 선언했다’고 홍보했다. 도는 애초 부족한 충전시설 때문에 원 지사의 전기차 이용에 주저했으나, 원 지사의 결심으로 전기차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는 1회 충전에 최대 120~130㎞ 거리를 주행하는데 그치는데다 충전시간이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30~50분(완속 충전은 4~5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량 이동이 많은 도지사 관용차로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지사가 행사장에 참석하면 운전기사는 충전기를 찾아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제주도가 추진하는 ‘탄소없는 섬’ 계획에 동참하고, 전기차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업무용으로 전기차를 타고 다니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남 경기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출퇴근용으로 경차 모닝을 이용하고 있다. 경기지사의 관용차도 체어맨(3600㏄)이었으나 남 지사는 이를 이용하지 않고 원 지사가 이용해 온 것과 같은 차종인 카니발로 바꿨다.
도지사 관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닮은 꼴이다. 남 지사는 관사를 도민에게 개방키로 하고 리모델링을 한 뒤 내년 3월께 도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원 지사도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최근 구성해 묘안을 짜내는 중이다.
남·원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방 차원의 협치와 연정은 주목 대상이다. 남 지사는 한달 동안 새정치민주연합 쪽과 연정 논의 끝에 지난 5일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실시 등 20개 항의 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조만간 새정치 쪽이 추천한 인사를 사회통합부지사에 임명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 지사의 노력은 새정치민주연합 도당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제주시 행정시장의 뜻하지 않은 퇴진 등으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